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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가을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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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사는 한 지인의 말이다. 아열대기후여서 우리와 같은 영하의 겨울이 없는 대만에서도 얼어 죽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대만 겨울 기온은 영상 10도 안팎. 우리의 가을과 비슷한 날씨다. 그런데도 동사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더운 기후에 익숙한 만큼 추위 내성이 떨어져 그런 모양이다. 여기에다 우기여서 체감온도는 훨씬 낮다고 한다. 실제 지난해 2월 초 대만에서는 몇 십 년 만의 이상 한파로 나흘간 134명이 동사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다소 뜬금없는 대만 날씨 이야기는 한파주의보 소식에 떠올려본 것이다. 경기 동부와 강원 내륙·산지, 경북 내륙에 첫 한파주의보가 지난 8일 밤 내려졌다. 늦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내려진 한파특보여서 좀 놀랐다. 겨울이 너무 빨리 오는 것은 아닌가 해서다. 설악산에서는 첫 얼음이 관측됐다. 그런데 처음이 아니란다. 10월의 한파특보는 2004년 10월 3일, 2010년 10월 25일, 2016년 10월 31일에 이어 네 번째다. 시기로는 두 번째로 빠른 한파특보다.

기상청의 한파특보 기준을 보면 이상한 것도 아니다. 한파주의보는 10월에서 4월 중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져 3도 이하이고 평년보다 3도 이상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또 아침 최저기온이 -12도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될 때, 급격한 저온현상으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한파주의보를 발령한다.

가을 추위가 아무리 매섭다 해도 대만처럼 얼어 죽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겨울과 여름의 기온 차, 춥고 더움의 차이가 심한 한반도의 날씨에 익숙해진 체질 덕이 크다. 하지만 체감하는 가을 추위는 한겨울 못지않다. 더욱이 올가을 추위는 빨리 찾아온 만큼 체감 온도는 더 낮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첫 한파주의보는 9일 오전 해제됐지만, 밤 사이 지표면 냉각으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10일의 아침 기온도 10도 이하로 예보된 곳이 많다. 그래서 건강에는 더욱더 주의해야 한다. 감기 등을 앓는 환절기 환자가 급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에 사람 몸이 움츠러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역시 기온 차이에서 비롯된 몸의 반응이다. 여기에다 경기 침체, 디플레이션 우려, 양극화와 계층 갈등 심화 등 우울한 소식들은 마음마저 더 춥게 느끼게 한다. 결실의 계절이라는 가을은 실종되고, 상실의 가을만 남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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