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나 검찰을 믿을 수가 없어요. 정말 억울한데 하소연 할 곳이 없어요.” “경찰이 ××와 짜고 피해자인 나를 가해자로 둔갑시켰어요.” “구청에서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어요.”
신문사로 들어오는 각종 제보나 민원을 받아 담당 취재 기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 지 꼬박 1년 가까이 됐다. 하루 10여 통의 제보 전화를 받고, 회사에 직접 찾아온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다. 제보자와 민원인 대부분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개인 간 다툼부터 국가 기관이나 지자체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십중팔구는 소위 ‘꺼리’가 안 되는 것이다. 그동안 접수한 수백 건의 제보 및 민원 가운데 실제 취재가 이뤄져 기사화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들의 말처럼 경찰이나 검찰이, 시청이나 구청이 ‘일부러’ 그들을 괴롭히거나 피해를 주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무시하기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들의 간절함이 너무 크다. 오죽했으면, 국가 기관이나 지자체가 얼마나 신뢰를 받지 못했으면 그럴까 싶어 가급적 ‘성의껏’ 그들을 대하려 한다. 그들에게 언론은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마음을 다시금 다잡게하는 보도가 나왔다. 역대 최악의 장기 미제사건으로 불린 화성 연쇄 살인사건과 관련한 내용이다.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가 지금까지 ‘모방범죄’로 알려진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었다고 자백한 것이다.
해당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무려 20년 동안 세상과 격리돼야 했던 윤모(52) 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그는 항소심 공판에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경찰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았고, 결국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로 자백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론 이춘재의 자백과 윤 씨의 항변만으로 8차 사건의 진범을 확정할 순 없다. 남아 있는 관련 증거가 거의 없는 탓이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30년 전 윤 씨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을 때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사람은 없었다는 것. 윤 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하다고 했을 때 언론은 뭐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슴이 저렸다.
사회부 차장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