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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역사적 자긍심’이 뭐가 그리 두려운가? /조봉권

툭하면 일제 합리화 망언, 우리 관점 역사관은 당연

가해자는 조작할 게 많다, 日·극우는 본질 직시하라 분별력 갖춘 어른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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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임진왜란’이라 한다. 임진년에 왜적이 쳐들어와 난리를 일으켰다는 뜻이다. 중국은 ‘항왜원조(抗倭援朝)’라 한다. 쳐들어온 왜적을 막고 조선을 도왔다는 뜻이다. 일본은 ‘문록·경장의 역(文祿·慶長の役)’이라고 한다. ‘문록(분로쿠)·경장(케이초) 연간에 군사를 일으켰다’는 정도의 뜻을 담는다. 한국과 중국의 호칭에는 ‘왜의 침략’이라는 뜻이 분명하다. 일본 호칭에는 침략했다는 느낌은 아예 없다. 이게 무슨 뜻일까? 역사의 많은 영역은 자기의 주체적 관점에서 봐야 하며, 대부분 나라가 현실에서 그렇게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소가 더 붙어야 한다. 첫째, 엄정한 학문적 방법. 둘째, 역사를 깊이 탐구하고 사유하여 ‘본질’에 닿을 수 있다는 믿음. 주체적 관점을 비롯해 ▷엄정한 학문 방법 ▷본질에 닿거나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 이 셋은 서로 모순되거나 배타하는 요소가 아니다. 함께 가야 하는 필수 구성요소다. 이런 인식과 믿음이 없다면,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할 이유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일부 일본·한국 사람이 현재 ‘일제의 조선 병탄(식민지배)은 합법이었다’고 말하고 다닌다. 일본은 침략적 근대 국가였고 조선은 전근대였다. 일본은 임진왜란 때 섣불리 무력만 갖고 침략했다가 호되게 당한 경험도 있었다. 그러니 실질·본질은 일제의 이익을 위해 조선을 강제·무력 병탄한 것인데, 법적 외피가 필요했으니 이를 늑약 형태로 동원했다. 그러니 ‘껍데기만 보면 안 된다. 본질은 강제·불법 병탄이다’며 본질에 육박하는 게 맞다. 그게 아니라 ‘그렇군요. ‘조약’이 있었으니 ‘합법’이 맞군요. 저희가 잘 몰랐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며 일본 극우 관점을 고대로 받아들여 맞장구치라고 가르치는 건 미친 짓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피해자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이 먼저다. 사람 도리다. 일부 일본·한국 사람은 끝없이 ‘자발적 매춘’이라고 주장한다. 어느 조선 처녀가 ‘매춘’(그것도 가장 끔찍한 형태의)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섰겠는가? 일제 정부·군부 필요에 따라 속여서 강제로 끌고 갔는데 그 과정에서 ‘합법’으로 가장해야 하니 일본 국가·극우 특유 잔머리로 여러 방식을 동원한 것일 뿐이다. 이게 본질이다. “자발적 매춘” 어쩌고 하는 일부 일본·한국 사람 주장은 피해자 영혼을 난도질하는 짓이다. 침략한 가해자는 조작할 게 많다. 은폐해야 할 짓을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조작할 게 없다. 진실 자체가 무기다.

일제는 ‘역사전쟁’부터 했다. 일본 와세다대 이성시 교수가 쓴 ‘투쟁의 장으로서의 고대사’(삼인·2019년 8월)에는 다양한 글이 있는데 일본이 얼마나 집요하게 역사 해석을 조선 침략·한국 통제에 이용했는지 알려주는 대목도 꽤 있다. “…일본에서는 고대 일본이 한반도를 먼저 지배했고 그 이후 고대 한반도의 여러 나라는 거듭해 일본에 조공을 해왔음을 강조한다. 이는 근대 이후에는 ‘국민적 상식’이 되었다.”(48쪽) “즉 최근 제창된 단군 신앙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이제껏 돌이켜보지 않았던 한국사 연구가 한국인 사이에서 커다란 기세를 형성하고 있다.…조선총독부는 적극적으로 조선사 편찬을 계획하여 이 정세를 바르게 이끌어 착각이 없도록 노력하는 시기를 가늠하여 조선사편수회를 공포하게 된 것인데 그것은 1925년 봄의 일이었다.”(식민사학자 이나바 이와키치의 회고,185쪽)

일본 육군이 광개토대왕비를 일본으로 반출하려는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가 막판에 그만둔 사실도 나온다. 이런 유물을 그 자리에 놔둬야 ‘원주민’이 이런 업적을 다시 이룰 수도 관리할 능력도 없음을 느끼리라는 사상이 그런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음을 책은 암시한다.

최근 대학 강의실에서 잇달아 터져 나온 한일 관계와 역사 관련 망언은 계속 더 많이 나오리라고 나는 본다. 첫째, 통찰력은 없고 오래전 잘나가던 일본을 보고 받았던 충격적‘감동’에 딱 갇혀 허우적대는 어리석은 기성세대가 너무 많다. 둘째, 이들의 망언 행렬에 조직적 움직임의 냄새가 짙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부터 확실히 하자. 우리 관점에서, 애정을 갖고, 역사를 깊이 공부해, 우리 자신을 잘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자긍심을 갖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좋은 일이다. 일본 극우와 한국 내 동조세력은 현재 ‘역사적 자긍심 갖지 말라. 촌빨이고 국뽕이다. 일본 극우 시선만이 답이다’라고 한국 사람에게 집요하게 강요한다. 우리가 ‘역사적 자긍심’을 갖는 게 뭐가 그리 두려운 걸까? 저들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맞서 싸워야 한다. 다만, 일본 극우가 나쁜 것일 뿐 일본 국민과는 사이좋게 지내는 분별과 ‘분리’ 정신은 계속 필요하다.

편집부국장 겸 인문연구소장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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