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대형병원 의사가 치매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허위진단서를 발급했다가 적발됐다. 경찰은 환자의 치매상태가 더 심해졌는데도 몇 해 전과 검사 결과가 동일한 것에 의문을 품은 가족들의 제보로 수사에 착수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의사는 지난해 검사를 의뢰받았으나 별도의 조치 없이 환자의 2016년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진단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세한 전말은 앞으로 조사 과정에서 밝혀지겠으나 공신력 있는 대형병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 우려되는 바는 이 같은 행위가 의료계에서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병원 측이 치매 관련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1년마다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를 실시한 뒤 그 진단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절차를 생략하고 이전 기록을 참조해 임의로 작성하는 사례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심평원이 MMSE 결과만을 바탕으로 심사를 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병원의 허위진단서 발급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상태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져야 하는 치매와 같은 질병은 더욱 고도의 검사가 필요하다. 부산은 2017년을 기준으로 할 때 7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증가율이 15.1%로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지난해 치매 유병률은 9.3%였으며 85세 이상은 무려 44.3%에 이르렀다. 주기적인 관찰과 적절한 치료가 동반되지 않으면 지역사회의 활력이 떨어지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대형병원은 이를 개인의 일탈이라 가볍게 여기지 말고 구조적 문제가 없었던지를 살펴 재발방지에 노력해야 한다. 또 해당 의사가 부산시 지정 치매 전문의료기관장을 겸임하고 있는 만큼 시도 철저한 진상파악 뒤 합당한 조치를 해야 마땅하다. 나아가 부산 의료계 역시 치매 검사나 진단서 발급 때 환자 가족 등이 오해할 수 있는 불필요한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부적절한 행위가 단지 오랫동안 존재했던 관행이라는 이유로 용서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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