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인간 지구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 스포츠다. 풀코스가 42.195㎞로, 웬만한 사람은 뛸 엄두도 못 낸다. 그런 마라톤은 전설에서 비롯됐다. 기원전 490년 아테네군 1만 명과 페르시아군 10만 명이 맞붙은 마라톤 평원 대전투에서다. 격전 끝에 페르시아군을 물리친 아테네군의 ‘페이디피데스’라는 병사가 이 기쁜 승전보를 전하려고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달려갔다는 얘기다. 그가 달린 거리가 42.195㎞여서 이를 마라톤 경기의 거리로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설이다. 마라톤의 풀코스가 지금과 같은 거리로 결정된 것은 1908년 제4회 런던올림픽부터다. 당시 주경기장에서 출발해 42㎞를 달리는 걸로 정해졌다. 그런데 영국 황실 사람들이 마라톤의 출발 모습을 보고 싶다며 출발선을 궁전 황실의 창 아래 쪽으로 옮길 것을 주문해 거리가 195m 더 늘었다는 것이다. 이후 대회 주최 측의 사정에 따라 40.2㎞와 42.75㎞ 등으로 바뀌었다가 1924년 파리올림픽에서 42.195㎞로 최종 확정하는 안건이 채택되었다.
과거에는 42.195㎞ 를 2시간 안에 주파하는 것을 불가능한 일로 봤다. 아무리 단축해도 2시간8분대를 한계치로 여겼다. 하지만 1985년 로테르담 대회에서 ‘8분벽’이 깨졌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2시간29분19초의 신기록으로 ‘30분벽’을 깬 이래 49년 만의 일이었다. 그에 앞서 1960년 로마 올림픽 때는 에티오피아의 ‘맨발의 영웅’ 아베베가 20분벽을 허물었고, 그 9년 뒤에는 10분벽도 깨졌다.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35)가 인류 사상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안에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그는 지난 12일 오스트리아 빈의 프라터 파크에서 열린 ‘INEOS 1:59 챌린지’에서 1시간59분40.2초를 기록했다. 영국 업체가 ‘인간에게 불가능은 없다’며 2시간 돌파를 목적으로 비공식 마라톤을 펼친 거였다. ‘7인 1조’로 짠 페이스 메이커들이 함께 뛰었고, 자전거를 탄 보조요원들은 그가 필요할 때 음료를 줬다. 앞선 차량은 형광색 레이저로 ‘속도 조절’을 도왔다. 그렇다 해도 엄청난 기록이다. 풀코스를 2시간에 주파하려면 100m를 17초6으로 계속 달려야 하니 말이다.
현재 공식 마라톤 세계기록은 2시간1분39초로, 킵초게가 지난해 9월 베를린 대회에서 4년 만에 ‘2분벽’을 깨며 세웠다. 이제 공식 마라톤의 2시간 벽 돌파에 100초가 남은 셈이다. 스포츠과학과 신발 등의 기술이 날로 발전하니, 그 기록 달성은 이제 시간문제인 듯하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