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정쟁’의 피해가 고교 3학년 수험생에까지 미쳤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8일 부산의 한 고교에서 치른 3학년 중간고사 한국사시험에 조국 사태에 관한 문제가 출제됐다. ‘보아라 파국이다/이것이 검찰이다/거 봐라 안 변한다/알아라 이젠 부디/거두라 그 기대를/바꾸라 정치 검찰’이란 수원지검 성남지청 서지현 부부장검사가 지난달 7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삭제한 글을 예시문으로 제시한 뒤 조국 이인영 윤석열 나경원 등 4명 가운데 관련 인물을 고르라는 문제였다. 서 검사의 글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한 검찰을 비판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니, 이런 시각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려는 정치적 목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반발은 컸다. 시험을 본 학생들은 “문제가 장난처럼 출제됐다”며 당혹스러워했고, “분명 가짜 시험지일 것”이라는 댓글을 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교과과정과 상관 없는 문제인 데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실체적 진실에 대한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당연한 반응이다. 가뜩이나 조 장관을 두고 국론이 분열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마당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사실과 진실 전달에 주력해야 할 교사가 학생들에게 개인적 의견에 불과한 정치적 판단을 주입하려 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시교육청은 해당 시험 문항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14일 재시험을 치른다. 한 달 남은 수능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는커녕 학교와 교사가 되레 그들의 아까운 시간을 빼앗고 혼란을 안겨줬으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야당은 “교육 현장마저 이념과 진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사태를 이 지경으로 악화시킨 책임에서 여당은 물론 야당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의를 제대로 대의하지 못한 정치의 부재가 초래한 파행상의 하나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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