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큰일 났어.” 1987년 1월 15일 오전 대검찰청 과장이 출입기자에게 불쑥 말을 던졌다. “그 친구 대학생이라지. 서울대생이라며? 조사를 어떻게 했기에 사람이 죽는거야. 더구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은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다(‘대한민국 프레임 전쟁:뉴스로 뉴스를 덮는 언론을 말하다’). 대검 간부가 흘린 이 한마디는 6·10 항쟁의 도화선이 됐지만, 5공 정권 내내 경찰에 밀리던 검찰이 그 위상을 역전시키는 계기도 됐다.
영미권 언론에서 ‘리크(leak)’라고 표현되는 뉴스 또는 기삿거리 흘리기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아마도 정치판일 것이다. 정적의 아픈 곳을 제일 잘 알고 있고 그것이 폭로되면 반사이익을 얻는 쪽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자와 얘기를 나누다가 민감한 내용의 문건을 펴둔 채 자리를 비워 보도를 유도하는 일은 고전적 수법에도 못낀다. 매일매일이 취재전쟁인 기자로선 덥썩 미끼를 물기 쉬운데 개운찮은 뒷맛이 남기 일쑤다. 가장 악질적인 경우는 근거가 빈약하거나 사실이 아닌 사안을 슬쩍 흘리는 경우다. 기자 사회에선 이런 일을 흔히 “취재원에 타였다”고 표현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임으로 ‘조국 사태’는 분기점을 맞았지만 이 혼란 와중에 터져나온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윤석열 검찰총장 별장 접대 의혹 파문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윤 총장 측은 이를 보도한 진보언론사 기자를 고소했다. 진실은 조만간 가려지겠지만 검찰이 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보도가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박근혜 정권 때 혼외자가 있다는 의혹이 한 보수언론에 보도되면서 결국 옷을 벗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례도 다시 떠오른다. 채 전 총장 문제는 사실로 드러났지만, 당시 보도도 검찰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며 정권과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였다. 그러니 그때나 지금이나 보도의 물줄기를 바꿔 국면을 전환하고자 하는 ‘흑막’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언론의 바람직한 기능 중 하나가 감시견(watch dog)으로서의 역할이다. 권력기관이 잘못을 저지르면 맹렬히 짖어 경각심을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권언유착의 다른 말인 애완견(lap dog) 언론, 힘 약한 정부를 일방적으로 물어뜯는 공격견(attack dog) 언론,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비견(guard dog) 언론도 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애완견이나 경비견으로 전락하지는 않았는지 언론 스스로도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