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속한 디자인 분야는 대체로 이맘때쯤 부쩍 바빠지는 듯하다. 선선한 가을바람에 각종 행사가 서로 함께 하자며 손을 내밀기도 하고, 한 해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할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프로젝트가 연말에 완료되어야 하기에, 이 일들을 잘 진행하려면 머리를 굴려 실현 가능하도록 계획을 세워두어야 한다. 뒤늦게 시작하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약속 혹은 계약도 신속히 진행해 두어야 한다. 만약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다면 시선을 주위로 돌리며 빨리 손을 내밀어야 한다. “나 좀 도와주세요.”
최근의 디자인디는 프로젝트 규모와 함께 난이도가 점점 커지는 중이었는데, 다행히 주위에는 도움을 청할 선후배 사회적기업들이 있었다. 때론 인력으로, 능력으로 자기 일처럼 도와주시는 분들과 함께 밀려오는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분명 주위의 도움으로 성장한 사회적기업이었다.
나는 여러 사람과 함께 고민하기를 좋아했고, 지속적 도움은 꼭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 낸 묘수는 협업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일이었다. 얼마 전, 자주 교류하는 디자인 분야의 몇몇 사회적기업이 모여 작은 네트워크를 이뤘다. 재미난 이름도 지었다. ‘야옹회’라고. 아옹다옹하면서 정보도 교류하고, 앞으로 더 많은 사회적기업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야 온나’ 하다 보니 나온 이름이었다.
모임을 만들 때의 개인적 목적은 지속적 협업을 위한 네트워크였지만, 일만 할 수는 없어 머리를 맞대다 보니 오히려 일이 커져버렸다. 공동 주제를 가지고 각자 기업에서 진행해볼 만한 작은 사회적 울림이 있는 캠페인들을 고민해보자며, 각자 10만 원 남짓한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소셜 캠페인 프로젝트를 제안해 보기로 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첫 공식 행사는 디자인디에서 준비하게 되었다. 가뜩이나 해내야 할 프로젝트가 많은데 일을 더 늘려버린 것이다.
행사의 첫 주제는 ‘사람’이었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소품 만들기’ ‘나부터 실천하는 안전운전 캠페인’ ‘발달장애의 인식개선을 위한 봉투 배포’ ‘미혼모를 지원하는 미모 프로젝트’ 등 다섯 사회적기업이 각 기업이 평소 고민했던 소셜 캠페인들을 소개했다. 발표 후에는 서로의 프로젝트들을 응원하며 실현 가능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함께 고민해 보기도 했다. 향후에는 다른 주제로 진행하거나, 앞서 언급된 캠페인 중 하나를 선택해 협업의 방법으로 진행해보기로 했다. 일이 더 커져버렸다.
그런데 나의 염려와 달리 야옹회 구성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캠페인 중 하나를 정해서 협업의 방식으로 실행에 옮기자는 목표를 세우고, 지속적인 활동을 계획할 때는 이러다 진짜 일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만약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서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사례가 있을까.
이렇게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게 되면서 ‘협업’이라는데 집착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동안 협업을 통해 혼자서는 진행하지 못할 큰 프로젝트를 함께 완수했으며, 서로의 소셜미션을 함께 수행해주는 동반자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협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 ‘그래도 나는 협업을 통해서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음을 고백한다. 지금까지의 나의 협업을 위한 접근방식은 분명 잘못되었다. 우리를 위한 도움의 행위를 협업이라는 이름으로 오해하고 있었고, 목표의 공유와 성과의 분배에 대한 정확한 언급 없이 당장의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던 건 아닐까.
우리에게 도움을 준 분들과 조금 더 소통하고, 그분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를 생각해본다면 진정한 협업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까. 아직 성과는 미비하지만 야옹회만 보더라도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고, 성과를 제대로 공유하는 방식에 따라 보다 나은 방식의 협업모델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진정한 협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가 가진 목표를 공유하고 이해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사회적기업 디자인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