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지난 8~9월 의사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이하 PA)의 불법 의료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과 대구, 인천 등지의 대학병원들을 압수수색하였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PA 문제를 해결하라는 의원들의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한국 의료 체계의 모순 덩어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PA 문제이다.
PA는 수술, 시술, 처치, 환부 봉합, 처방, 진료기록지 작성, 동의서 설명 등 의사의 고유 업무를 대행하는 보건인력을 말한다. 1960년대 이후 미국과 영국을 위시한 여러 나라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의 교육으로 의사의 일부 업무를 대행할 보건인력 양성의 목적으로 제도화되었다. 미국 노동부에 의하면 PA는 2026년 무렵이 되면 10년 전과 대비해 37% 인력 증가가 예측될 만큼 각광받는 직종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PA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일부 간호사가 PA로 불리며 의사의 고유 업무 일부를 사실상 대행할 뿐이다. PA 간호사가 수술실 의사의 업무를 수행하고, 초음파 검사를 맡으며, 병동에서 처방을 내고, 건강검진 판독 업무까지 공공연하게 대행한다. 민간 병원은 물론이고 국립병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국립의료원과 국립암센터에서 PA가 수술에 참여한 건수가 최근 5년간 50% 이상 급증하였다고 국정감사 자료에서 밝혀졌다. 불법 행위가 바로잡히기는 고사하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증가하는 상황인 것이다.
앞장서서 법을 준수해야 할 국립병원조차 불법을 감수하며 간호사 PA를 운용해야 할 만큼 절실하게 의사 인력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병원들은 심각한 의사 인력난을 겪고 있다. OECD 회원국의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4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3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적다. 특히 외과계 전문의와 전공의는 그 수가 너무 적은 까닭에 병원에서 더 많이 채용하려고 해도 정작 해당 인력이 없다.
의사가 충분하게 많다면 PA는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될까? 선진국의 예를 보면 보건인력의 효율적 운용이 PA 제도가 존재하는 또 다른 이유이므로 언제나 PA는 필요하다. 의사의 고유 업무 중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PA가 담당하게 되면 의사는 더욱 전문적이고 복잡한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되어 전체적인 보건 인력의 생산성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전체 보건인력의 인건비, 나아가 국민의료비가 절감된다.
PA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보건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보건인력이 되었다. 의사 인력이 너무 적어 PA 없이는 수술실이 돌아가지 않을 지경에 이른 병원이 많다. 더구나 급속한 고령화로 국민의료비의 폭발적 증가를 눈앞에 두고 있어 인력의 효율화가 절실하다. 전공의 업무시간 단축 등 실질적인 개선 조치도 취해야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병원의 지시로 의사를 대신해 처방을 내고 수술에 참여해야 하는 불법적 현실 앞에서 불안해하는 PA 간호사들을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검증된 교육을 받지 못한 불법 인력이 자신의 수술을 집도하고 전문약품을 처방하는 현실을 국민이 언제까지나 용인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다만, 일선 의사들은 진료 권한 침해를 우려하며 합법화에 반대하고 있다. PA 합법화가 불가능하면 필요한 PA 수만큼 의사 수를 더 증가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필요 이상으로 의사가 많은 것은 의사에게도, 국민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이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 자신의 직무를 더욱 고급화하여 장기적으로 의사 직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루빨리 PA제도를 합법화할 필요가 있다. 일정한 자격 및 양성 기준을 마련하고 담당 업무에 걸맞은 양질의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전문 보건인력 PA를 정식으로 배출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대다수 국민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이해 당사자를 적극적으로 설득 협의해 합리적 대안을 속도감 있게 내놓기를 촉구한다.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