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전남 영암 독천리의 ‘갈낙탕’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16 19:19:40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전남 영암군을 찾는 이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월출산이다. 우리나라 22개 국립공원 가운데 면적이 가장 작은 월출산국립공원. 그럼에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그만큼 특별하기 때문이다. 우선 넓은 평야 한가운데 우뚝 솟은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수천만 년의 세월 동안 비와 바람에 깎이고 파여 만들어진 기암괴석은 절경을 넘어 신비롭다. 보는 각도를 조금만 바꿔도 표정이 달라지니 여행자는 애달아 환장할 지경이다.

쫄깃한 갈비와 야들야들한 낙지가 조화를 이루는 ‘갈낙탕’.
이 가을 영암군을 찾는 관광객을 환장하게 만드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온 세발낙지다. 과거 영암군의 갯벌은 흙이 곱고 영양분이 풍부해 생태계의 보고로 유명했다. 지금도 영암 사람들은 영암 갯벌을 최고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1996년 영암군과 해남군 사이에 거대한 방조제가 건립되면서 갯벌이 사라졌다. 막대한 양의 농경지와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대신 다양한 갯벌 생태계를 포기한 것이다.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는 과거 영산강의 지류가 마을까지 흘러 들어와 포구를 이루던 곳이다. 갯벌이 좋아 낙지 생산지로 명성이 자자했다. 간척사업 이후로 바닷물이 유입되지 않자 자연스럽게 낙지도 사라졌다. 하지만 낙지를 다루던 손맛과 그걸 즐기던 입맛은 여전히 건재했다. 간척사업 후에도 독천리 곳곳에는 낙지전문점이 옛 영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2009년부터 영암군은 열악한 지방재정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들여 독천 오일장 주변을 정비하고 ‘낙지음식명소거리’를 조성했다. 지금은 이곳에 20여 곳의 낙지전문점이 모여 있다.

쓰러진 소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세발낙지는 살아서는 힘이 넘친다. 질척한 갯벌을 헤집고 살아온 강인한 생명력은 사람 입속에 들어가서도 꺾일 줄을 모른다. 먹어서 힘이 나기에 앞서 먹느라 안간힘을 써야 한다. 하지만 일단 익히면 낙지만큼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음식이 없다. 그 식감이 사뭇 관능적이다. 살았을 때와 익혔을 때의 극명한 대비를 구현하는 것. 낙지로 만든 음식의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관록 있는 독천 낙지마을의 음식점들은 그 포인트를 기막히게 잡아낸다.

지금은 비록 산지가 아니지만 낙지를 다루는 솜씨만큼은 여느 산지를 능가한다. 여러 음식 가운데 독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갈낙탕이다. 과거 독천리에는 함평, 장흥과 더불어 전남 3대 우시장이 있었다. 우시장과 낙지 포구. 갈비탕과 낙지의 이종교배는 이처럼 독천의 독특한 환경이 낳은 결과물이다. 갈비탕에 빠진 낙지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기름지고 묵직한 국물에 은근한 개운함이 더해져 밸런스를 맞추고, 쫄깃한 갈비의 육질과 야들야들한 낙지의 육질이 대비를 이뤄 씹는 재미까지 더한다. 지금은 전국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갈낙탕의 완성도는 독천이 단연 으뜸이다.

나는 독천리의 갈낙탕에서 낙동강의 재첩국을 본다. 음식의 운명은 사람이 결정한다. 음식을 만드는 솜씨와 그 음식을 즐길 줄 아는 입맛만 건재하다면, 낙동강 재첩의 부활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맛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4. 4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5. 5[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6. 6‘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9. 9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10. 10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5. 5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6. 6‘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7. 7여야 ‘조희대 국조’ 두고 공방 격화
  8. 8밤샘농성 장동혁 "피의자 선관위가 새벽 4시에 투표용지 가져가"
  9. 9[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10. 10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1. 1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2. 2‘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3. 3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4. 4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5. 5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6. 6사실상 금융업 전체가 다 털릴 판…靑, 긴급 대응회의(종합)
  7. 7첫 100조 분기매출 하닉 “100조 주주환원 하겠다”(종합)
  8. 8전용터미널·화주 인센티브 등 북극항로 상업운항 지원 요구
  9. 9부산과학기술협의회·CTO평의회 역량 확대
  10. 10부산銀 센텀센터, 스타트업 지원 거점화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4. 4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5. 5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6. 6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김해 어르신 생활 불편 해결해 드립니다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9일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6. 6‘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7. 7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8. 8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9. 9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10. 10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지긋지긋한 론스타
어떤 ‘최장수’ 기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79년 정론 국제신문 정상화 요구 들불처럼 번진다
노후 원전 사용연장 안전에 일말의 의심 남지않게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