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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법률] 간병살인에 숨겨진 사회적 맥락 /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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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16 19:35:01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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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증 장애인을 간병해온 가족이 간병 대상자를 살해한 뒤 자살했다. 부산에서는 암 환자인 아내의 간병을 오랫동안 해 온 노인이 아내를 살해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연 300건에 가까운 간병자살과 수십 건의 간병살인이 발생했다.
그림 서상균
한국도 간병범죄는 이미 사회문제화됐다. 간병범죄는 개인적 범죄이나 사회적 성격도 없지 않다. 사회적 배경에는 문화·복지·행정·형사정책·법적 측면 등이 내재돼 있음은 물론이다.

간병이 길어지면서 간병인은 여러 스트레스에 직면한다. 스트레스가 참을 수 없는 임계치에 도달하면 대개는 가족애나 방어기제를 통해 고통을 내면화하나 일부는 인지적 와해를 초래해 범행이 생길 수 있다.

간병 스트레스의 직접 요인은 간병기간, 경제력 등의 미시적 측면이다. 간접요인으로는 단란한 가정, 효자, 착한 며느리에 대한 미디어의 암시, 여러 이유에 의한 시설 간병의 기피, 획일화된 돌봄 정책, 가족간병과 간병 휴직에 대한 지원의 미비, 간병 범죄에 대한 치료적 사법정책의 부재 등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불균형적인 돌봄 정책의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가령 치매인구의 급증으로 누구나 치매환자나 치매가족이 될 수 있다는 담론은 대중들에게 불안감을 주었다. 여기서 정치적 동력을 간파한 세력이 “국가가 치매가족의 고통도 책임지겠다”는 국가치매책임제 공약을 내세웠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 적절한 정책이지만, 그 기저에는 포퓰리즘의 성격도 없다고 볼 수 없다. 2년이 지난 지금 하위 인프라의 부족과 지역적 편차, 실적 위주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게다가 치매간병인의 경제적 부담은 일부 줄었어도 신체적, 사회적 스트레스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되고 있다.

또한 국가치매책임제는 치매에 치우친 ‘케어리즘(돌봄의 국가화)’을 초래하여 치매보다 더 위기인 발달장애인, 중증 장애인과 희소병 가정은 케어의 사회화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 형평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간병범죄를 줄이기 위해 거시적으로는 정책의 쇄신이 필요하고 미시적으로는 간병 스트레스를 줄이는 맞춤식 심리적, 복지적 지원을 해야 한다.

‘국가책임제’를 치매에만 한정하지 말고 발달장애, 희소병, 중증장애인에도 확대하여 생애주기별로 국가수준에서 종합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법령과 예산 상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한계가정의 만성질환에 대해서도 케어커뮤니티적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를 ‘통합케어센터’로 바꾸고 센터마다 케어매니저를 두어 치매 외에도 케어위기가정에 지원의 개별화, 협제화가 필요하다.

가령 케어매니저는 간병가정들의 욕구에 맞는 자원을 연계시키고 자조모임의 알선과 간병가족의 질적 만족을 가져오도록 하는 지원을 하고 방문요양서비스 인정시간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확대, 요양원에 대한 엄격한 정책, 가족간병인에 대한 공적 지원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가족주의에 숨겨진 야만적인 상징 폭력을 해체하고 편견이 깃든 치매와 장애인이란 용어도 ‘인지증’과 ‘소수자’로 바꾸어야 한다.

케어의 관료적 요소를 줄여야 하며 케어인력교체 요구권과 질적 케어가 되는 정책이 제도화되고 위기간병인을 찾아가는 정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관 주도에서 민간과 관료가 결합된 제3 섹터 성격의 접근이 필요하다. 케어재정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케어관련 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강력한 통제와 사회정책의 왜곡된 ‘과(過)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 인권과 복지로 상징·포장되거나 혼재된 포퓰리즘 정책들에 합리적인 정치사회적 집단과 시민들에 의한 비판적 통제를 통해 국가재정이 악화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국가재정이 건전해야 케어재정에 대한 법적 지원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또한 간병학대 등 신체적 간병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위주의 응보적 접근에서 간병인의 가족에 대해 필요적 복지자원도 같이 고려하는 치료적 사법정책이 필요하다.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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