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부터 부산시영재교육진흥원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수탁사업으로 전국 과학고 20개교와 과학(예술)영재학교 8개교를 대상으로 ‘I&D(Imagination & Development, 상상실현)지원센터’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기업가 정신’ 함양이 그 목적이다.
사업을 시작한 첫해에 해당 학교장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었는데, 어느 분이 “고등학생이 창업을 하란 말이냐?”고 물었다. 그때 필자는 “기업가 정신 교육은 창업을 하라고 등 떠밀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유용한 아이디어(Imagination)를 유형, 무형의 가치(Development)로 만들어 공유하게 하는 역량을 키우자는 것이며 창업은 그것의 한 예일 뿐”이라고 대답하였다.
여기서‘기업가’란 사업가(businessman)로서 기업가(企業家)가 아니고, 새로운 업(業), 즉 세상에 유익한 가치를 만드는 기업가(起業家, entrepreneur)이며, ‘기업가 정신(起業家精神, entrepreneurship)’은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로 세상에 어떻게 도움을 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써먹을 줄’ 아는 게 그 핵심이다.
노동효 작가가 800일간의 남미 여행을 하고 쓴 ‘남미 히피로드’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세상을 구경하고 싶니? 어렵지 않아. 벌면서 여행하면 되니까. 너는 학교에선 가르쳐주지 않는 진짜를 길에서 배우게 될 거야’. 많은 남미의 아이는 의무교육이 다 할 즈음이면 길을 떠돌기 위한 기술을 익힌다. 그런 뒤 낯선 나라의 길거리에서 자신이 만든 수공예품을 팔고, 기예를 부리고 악기 연주로 여비를 버는 등 체험을 통해 스스로의 길을 넓혀간다. 모두 일등을 할 수는 없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삶을 이루기 위한 살아 있는 기업가 정신 교육이라고 할까!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 변화와 속도는 3차 산업혁명의 10배, 규모는 100배, 임팩트는 3000배라고 한다. 이제는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전통적 지식의 재생산이 교육에서 성공을 의미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기업가 정신, 로봇공학, 코딩,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등 현대적 주제가 교육과정에 도입되어야 함은 물론 특히 세계적으로 교육의 표준이 되고 있는 ‘기업가 정신’ 교육을 통하여 도전과 가치 창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미 EU(유럽연합)는 2006년 발표된 오슬로 어젠다를 통하여 모든 유럽 국가에게 초등학교부터 기업가 정신 의무교육을 권장하였고, 2009년 세계경제포럼(WEF)도 전 세계 국가에 같은 권고를 하였다. 그리고 미국의 애리조나대학교가 최근 13년간 졸업생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해 연구한 결과를 보면 기업가 정신 교육을 받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3배 정도 많이 창업을 했고,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연수입이 27%, 자산은 62% 더 많다고 한다.
화성 이주를 준비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공교육에 불만을 품고 5명의 자녀를 위해 ‘에드 아스트라(Ad Astra, 별을 향해)’라는 학생 수 31명의 초중고 과정의 미니 학교를 만들었다. 이 학교는 어떤 정보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데, 최근 학교를 방문한 인사에 의해 몇 가지가 알려지게 되었다. 아이들은 윤리와 도덕에 관한 토의·토론을 통해 세상 문제에 직접 참여하고, 스펙이 아니라 도전의 삶, 가치 중심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기업가 정신 교육을 받는다. 실제로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만든 물건을 길거리에서 직접 판매하게 하는 도전기반학습(CBL, Challenge Based Learning) 등이 그것이다.
미와 에드 아스트라의 아이들을 생각하자니 이인구의 ‘품’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물안개 막 걷힌 아침호수/어린 오리 세 마리가 세 방향으로/저 만의 끝을 향해 호수를 가로지른다/(…)/세 개의 브이 자가 점점 커져 호수의 양 귀퉁이까지 퍼져간다/(…)/끝내는 호수를 다 끌어안아 버리는 저 어린것 셋의 품…’.
호수의 풍경을 인간사 위에 올려본다. 우리 아이들, 세상에 유익한 가치를 만드는 길로 잘 가고 있는지! 그리고 갈수록 그 ‘품’은 넓어지는지! 세상을 담을 그릇을 키우는 일이 기업가 정신 교육의 운명일지니….
부산영재교육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