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닐 때 화장실이 집 밖에 있는 집에서 산 적이 있다. 당연히 불편했고, 싫었다. 밤중엔 엄마와 같이 갈 때도 있었지만, 어지간하면 참았던 기억이 난다.
30년쯤 된, 묵은 기억 속에나 남아 있던 집을 눈앞에서 다시 본 건 ‘10대의 빈곤’ 기획 시리즈를 취재하면서이다. 기사에 등장한 20명쯤 되는 아이 중에서 8명은 직접 집을 찾아가 대면 인터뷰를 했다. 그들이 사는 집은 하나같이 좁았고 낡았으며 곰팡이가 폈다. 그리고 그 중 절반은 화장실이 밖에 있었고, 그 중에서 또 절반은 그마저도 ‘푸세식’이었다. 30년 전 내가 살았던 그 집 화장실은 그래도 수세식이었던 것 같은데.
많은 사람이 이제 우리나라에서 밥 굶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아이들 역시 학교에 가면 급식을 먹을 수 있고, 저소득 가정 아이들은 식당이나 편의점을 이용하도록 지원을 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아직도 최저 주거기준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집에서 사는 아이가 수두룩하다. 의식주 중에서 ‘식’은 해결됐을지언정 ‘주’는 여전히 문제라는 의미다. 교육 격차는 사회적 이슈가 된 지 오래다.
미성년자인 10대는 태어나보니 어쩌다, 혹은 부모의 잘못된 선택으로 빈곤해진다. 가난에 대한 책임이 사실상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의지와 상관없이 출발점부터 다른 이 아이들을 부축해 같은 출발선까지 데려 오는건 당연히 우리 사회가 해야 할 몫이다.
그렇다면 부산시는 이 같은 역할에 충실할까. 시는 올해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에 가입했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니 홍보에 공을 들인 만큼 아동 빈곤 문제에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올해 부산시 아동빈곤 예방 및 지원계획은 크게 5개, 세부적으로는 22개 과제로 나뉜다. 이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아동수당·가정위탁아동 보호·급식비 지원, 지역아동센터 운영 등은 국가 사업이거나 전국 대다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그렇고 그런’ 사업이다. 부산만의 특화된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다. 아동친화도시에 가입한 게 대체 무슨 의미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일단 빈곤 가정 아이들의 처지를 한 번만이라도 깊이 있게 들여다보길 권한다. 만약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당장 뭐라도 하고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기획탐사팀장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