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인 1944년 7월 미국 브레튼 우즈에 44개 연합국 대표가 모였다. 과거 대공황과 같은 위기를 피하자는 뜻에서 국제적인 통화금융체제 구축에 나선 거였다. 이 ‘브레튼 우즈 협정’에 따라 이듬해 12월 설립된 게 국제통화기금(IMF)이다. 세계 무역거래의 안정적 뒷받침과 국제 유동성 확대 보장 등에 목적을 둔 것이었다. 하지만 서구 세력의 통제 도구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더구나 우리에게 IMF는 뼈아픈 기억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에 이은 IMF의 구제금융 및 관리체제라는 혹독한 한파를 겪어서다.
그런 IMF가 2년 전 이맘 때 이례적인 경고를 냈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면 향후 50년 내 세계는 어두운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라고 당시 리가르드 IMF 총재는 언급했다. 글로벌 거시경제를 논의하는 국제기구의 수장이 기후 문제에 입장을 표명한 것은 거의 전례가 없었다. 그만큼 기후변화가 실물 경제까지 뒤흔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의미로 읽혔다. 리가르드 총재는 “햇빛이 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IMF는 그해 ‘세계 경제전망보고서’에서도 기후 문제 등으로 선진국과 저개발국 사이에 빈부 격차가 더 커질 거라고 밝혔다.
기후 문제에 대한 IMF의 경고가 또다시 나왔다. 얼마 전 발간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다. 즉 금세기 말이 되면 선진국 내에서도 지역 간 빈부 격차가 벌어질 거라는 진단이 나왔다. 저개발국보다 재난 대처력이 뛰어난 국가들도 기후변화 때문에 사회·경제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구 기온 상승이 농업과 제조업 등의 노동생산성을 크게 저해한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 제한하는 걸 목표로 하지만,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3도 오를 거라는 게 IMF의 우려다. 그에 따라 IMF는 탄소세의 대폭 인상을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제시한 상태다.
최근 IMF 새 수장에 오른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술 더 뜨고 나섰다. 기후변화를 아예 ‘국가 평가’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후 환경적 위험을 경제분석과 감독 업무 등에 적용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하기야 재정 안정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기후문제가 중요하니, 경제분야의 IMF라고 해서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닐 터다. 물론 사안의 성격상 논란의 소지도 무시할 수 없겠다. 그렇더라도 지구촌이 당면한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 국제기구의 동참과 활동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