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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경거리 정치를 경계하라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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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 돌아가는 상황이 정말 가관이네요.” 최근 부산 기장군의 ‘자진 수사 의뢰’ 관련 기사를 본 독자의 말이다. 기장군의회가 군의 수의계약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만 일감이 몰리는 점이 수상하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군이 공무원을 무더기로 수사 의뢰했다. 그러나 경찰은 구체적인 혐의도 없이 의혹만으로 정치적인 ‘감정 싸움’에 경찰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이유로 수사 요청을 반려했다.

기장군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돌이켜 보면 ‘가관(可觀)’으로 표현한 독자의 안목은 탁월하다. 그중 ‘꽤 볼 만한 구경거리’는 지난여름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기장군수와 군의원이 벌인 공방을 담은 영상이다. 해당 영상은 군의원이 군보 편집 문제를 거론하며 군수에게 “법과 원칙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하자 오규석 군수는 5시간가량 “사과하세요”라는 말을 반복해 군정질문을 무산시키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군의원 ‘성추행 논란’도 관심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여성 구의원 2명이 잇따라 소속 정당의 지역위원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는데, 수사와 별개로 정치권과 지지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관련 뉴스를 소비했다. 이 밖에도 기장군에서는 다양한 제보가 쏟아졌다.

일부 정치인은 “군 행정이 선심성 방만 예산으로 점철됐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면 “의혹의 뒤에 내년 총선에 대비한 치열한 수 싸움이 도사린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가관’의 원래 뜻은 ‘경치 따위가 꽤 볼 만하다’인데, 요즘은 ‘꼴이 볼 만하다’는 식의 비웃음 용도로 자주 쓰인다. 비슷한 말이 외국에도 있다. ‘굉장히 멋진 광경’이라는 뜻의 ‘스펙터클(spectacle)’. 프랑스 철학자 기 드보르는 ‘스펙터클’을 ‘눈과 귀, 모든 감각을 빼앗는 사건이나 현상’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했다. 그는 정치인이나 권력자가 ‘스펙터클’을 구경거리로 활용하는 걸 경계했다. 스펙터클에 빠진 국민은 최면에 빠지고 언론은 관련 보도만 반복해 현실을 호도하기 쉬운 탓이다.

하지만 대중이 정치나 행정을 구경거리로만 여기고 만족하는 걸로 보면 오산이다. 주민은 이제 눈에 보이는 현상이 ‘진짜 가관’인지 따지기 시작했으며 구경꾼 역할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총선 시계’가 빨라질수록 주민은 판단의 촉을 곤두세운다. 이는 위정자가 구경거리 제공에만 몰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사회부 thinkboy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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