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좀 뜻밖이었다. 동시에 과연 이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일었다. 부산시가 지난주 발표한 ‘원도심 대개조 비전’을 접하고서다. 물론 모든 사업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발표 내용 중 동천 옛 물길을 복원, 미군 55보급창에서 상류를 오가는 도심 크루즈선을 운항하겠다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오랫동안 부산의 대표적인 오염하천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동천 아닌가. 이곳에 크루즈선을 띄우겠다니. 아마도 워낙 동천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인 탓일 것이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부산 시민이라면 한 번쯤 고개를 갸웃거렸을 법하다.
오거돈 시장이 직접 발표한 ‘원도심 대개조 비전’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구상이 포함돼 있다. 요약하자면 모두 27개 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원도심을 물길 도심길 하늘길로 연결해 통째로 바꾸겠다는 원대한 꿈이다. ‘몸통이 튼튼해야 부산이 날 수 있다’는 슬로건처럼 원조인 원도심에 다시 사람이 몰려들도록 하겠다는 거대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오 시장이 줄곧 강조해 온 부산 대개조의 화룡점정인 셈이다. 그러니 이 계획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으리라 짐작된다.
동천 크루즈선 운항 구상은 그중에서도 핵심인 듯하다. 오 시장은 이번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을 시작한다”고 했다. 여기엔 나머지 몇 개 프로젝트도 포함되겠지만, 동천 크루즈선 운항 만큼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부분은 없어 보인다. 동천과 크루즈선이라는 조화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오 시장의 발언 또한 이런 구상에 대한 회의적 반응을 예상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 법. 상상을 현실화하는 것은 오직 부산시 몫으로 남았다.
다만, 이 원대한 구상의 현실적인 가능성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향후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제기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계획에서 가장 핵심이 크루즈선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동천 수질 개선에 있다는 건 말할 나위가 없다. 이와 관련, 부산시는 바닷물을 동천으로 끌어올려 방류하고 오염저감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사업을 통해 수질이 개선되면 가능하다고 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동천 수질 개선 추진이 어제오늘의 일인가. 그간 온갖 방법과 수많은 예산을 들여 수질 개선에 나섰지만 가시적 성과는 아직도 미미하다. 2030년까지 남은 10년의 기간은 결코 길지 않다. 게다가 단순한 수질 개선을 넘어 관광 크루즈선을 띄울 정도의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하는 게 10년 세월에 가능할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다 크루즈선 운항을 위해서는 일부 복개구간을 걷어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이미 한차례 실패로 끝난 동천 지류 부전천 생태복원 사업 사례에서 확인됐다. 2015년부터 진행된 부전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지난해 말 백지화됐다. 부산시가 설계한 이층식 기능분리형 하천이 환경부로부터 생태하천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당초 복개 부분을 걷어내려 했다가 인근 상인 등의 반발로 수정한 계획마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크루즈선 운항에 필수적인 동천 복개구간 철거 또한 만만찮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수질 개선 등에 대한 명확한 해법이 전제되지 않은 동천 크루즈선 운항 계획은 사상누각이 되기 십상이다. 부산시 ‘원도심 대개조 비전’에 포함된 또 다른 중요 프로젝트인 55보급창 활용 방안도 같은 맥락이다. 시는 동천 도입부인 미군 55보급창을 이전, 이곳에 월드엑스포 기념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곳을 2030월드엑스포 부지로 사용한 뒤 기념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또한 중요한 두 가지 사안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55보급창 이전과 2030월드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한다는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 것이다.
우선 55보급창 이전은 부산 시민의 숙원이긴 해도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미군과의 협의, 엄청난 이전 비용 등을 감안하면 지난한 작업이다. 2030월드엑스포 개최지는 2023년 11월 확정된다. 이때까지는 물론 그 이후에라도 이전 문제가 매듭지어지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모든 게 불투명하다. 더 큰 문제는 부산이 2030월드엑스포를 유치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다. 엑스포 유치가 국가사업화됐으니 정부와 시가 총력전에 나선다고 해도, 앞으로 어떤 외부적인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그리 되지 않길 바라지만, 최악의 경우 부산시의 원도심 대개조 주요 구상은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오 시장 말처럼 원도심을 확 바꾸겠다는 원대한 꿈을 상상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불투명한 미래에 근거해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우려들이 그야말로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