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큰 행사 중 하나인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개막식이 지난 3일 개천절날 열렸다.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주변은 축제 열기가 뜨거웠다. 가득한 열기를 뒤로하고 필자는 지난해부터 매주 해오던 라디오 국악 코너 생방송을 위해 부산영어방송으로 향했다. ‘하늘이 열리는 날’이라는 개천절에 걸맞은 진취적인 기상을 음악으로 느낄 수 있는 국악곡을 첫 곡으로 소개한 뒤 진행자는 이렇게 희망차고 스케일 있는 국악곡을 BIFF 개막식처럼 큰 행사에서 연주한다면 너무나 자랑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현대적인 국악곡은 독주곡부터 오케스트라 곡까지 다양한 곡이 작곡·연주되고 있으며, 국내외의 검증과 필요를 만족할 우리 음악의 역량은 이미 충분하다. 다만, 대중이 가까이 접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 아닌가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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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왼쪽)와 김영립 하프연주자. |
국악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소개하는 방송가에서도 접하기 힘든 장르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방송국은 상생하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연말 부산영어방송에서 필자에게 매시간 방송하는 시보 음악을 국악으로 만들어 줄 것을 의뢰하였다. 그동안 우리가 들어왔던 지하철 환승 음악, KTX 종착역 음악 등 생활 속 국악은 대중에게 친숙하고 쉽게 다가간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국내외 사람들이 듣는 영어방송의 시보 음악을 어떤 국악곡으로 만들어야 할까 고심한 끝에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가 선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의 태평소 선율로 시보 음악을 만들었다. 생각보다 좋다는 반응에 힘입어 지금도 종묘제례악 선율이 매시간 라디오에서 울리고 있다.
국악이 대중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은 무대이다. 필자는 지난주 서양 작곡가의 초연 작품인 하프와 피리를 위한 이중주를 금정문화회관에서 연주했다. 가장 작은 국악기인 피리, 가장 큰 서양 악기인 하프의 조합 연주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동양과 서양, 목관과 현악의 조합은 물론 이 두 악기를 실물로 연주하는 것을 본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기에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하기에는 충분했다.
이 곡을 만든 작곡자는 낯선 악기인 피리의 연주를 직접 들어본 후 작곡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 피리가 가진 한국적 소리와 하프가 빚어내는 서양적 소리가 조화로운 앙상블을 만들어 가는 연습과정도 서로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 간 벽을 허무는 가치 있는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이런 시도는 다른 작품을 만들 기회를 약속하게 된다.
궁중음악의 시김새로 유려하게 흐르는 피리 소리에 하프가 화려한 테크닉으로 답하는 이 곡을 처음 들은 관객은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신기했다며 국악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한다. 국악은 그렇게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는 물론 대중에게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소리연구회 소리 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