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바다는 무서운 존재였다. 푸르고 잔잔하게 보이지만 한 번 화를 내면 태풍과 파도가 배를 삼킬 듯이 달려들어 사람 목숨을 빼앗아갔다. 나약한 인간은 무서운 바다에서 살아서 돌아오고 고기를 잔뜩 잡은 만선으로 무사 귀항하기를 기원했다. 어민은 무서운 바다를 보며 풍어제를 지내면서 어촌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고 마을 사람의 대동단결을 도모하였다. 전통적으로 풍어제는 지역마다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는데 부산에는 멸치로 유명한 기장 대변마을 풍어제, 영도구 동삼동 수호신인 별신을 모시는 영도풍어제가 유명하다고 한다. 어업인구가 줄어들고 과학 기술에 기반을 두는 어업 첨단 장비가 발전하면서 풍어제는 점차 규모가 작아지거나 없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최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가을 풍어제가 열렸다. 지금 수산업계는 불황을 타개하고 만선을 기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오죽하면 풍어제를 올려 용왕신의 도움을 받고 싶을까 안타까운 마음이다.
지난 시절 부산공동어시장을 잠시 뒤돌아본다. 필자가 아주 어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부산공동어시장에 놀러 간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부산공동어시장은 우리나라 근대 수산산업화를 이끄는 대단한 역사의 시작이었다. 1957년 3월 미국의 대한경제 원조사업으로 부산종합어시장 건설 사업이 확정되고 부산수산센터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부산항 제1 부두에서 1961년 6월 기공식, 1963년 11월 개장식을 열었다. 그 이후 1973년 3월 지금의 남항의 자리로 이전하면서 국가사업으로서 우리나라 수산업의 유통 혁신이 시작된 것이다.
부산공동어시장은 다른 어시장과 달리 부산시수협, 경상남도정치망수협, 대형선망, 대형기선저인망,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 등 5개 조합이 공동 관리하면서 고등어 조기 오징어 삼치 부세 쥐치 등 다양한 수산물을 위판하며 국내 판매는 물론이고 수출도 많아 한때 위판고가 4700억 원을 넘어서는 국내 최대 어시장으로 성장하였다.
부산은 어선 출어에 필요한 엔진·기관·선박수리 산업, 선용품 판매는 물론이고 유통, 가공, 냉동창고업, 수출업 등 연관 산업이 동반 성장하면서 수산도시로 명성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이후 조기 부세 쥐치 등이 바다에서 사라지고 심지어 주력 어종인 고등어마저 감소를 거듭하면서 지난해에는 위판고가 2700억 원까지 떨어지니 수산업계는 답답함을 넘어 생존 위기마저 느끼게 된 것이다.
수산업계는 중국 불법어선이 싹쓸이해 우리 바다에는 자원이 없는 데다 바다가 좁아서 그렇다고 하면서 한일어업협정 체결 지연도 원망해 본다. 중국 어선을 막고 일본 어장에 들어가서 조업하면 다소 어획량이 회복될 수 있지만, 우리 스스로 어린 물고기는 잡지 않고 어선의 구조 재편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결코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국민 생선 고등어마저 수입 고등어에 자리를 내주면서 우리 바다와 식탁에서 사라져 가는 어종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오대양으로 출어하였던 수산업계의 영광은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도 활력을 찾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대표 어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과 인근 어시장은 아직도 바닥에서 경매를 하고 시설은 너무 낡아 녹마저 슬었다. 위생에 관한 지적이 나오고, 식품 유통 시장으로서 적합성에 관한 문제도 제기된다. 이를 해결하려고 현대화 사업을 통해 위생적 위판과 수산물 안전성을 높이고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수 공간도 마련하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였으나 사업은 진행되지 않고 예산마저 삭감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대비 올해 정부 수산재정 사업을 보면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비 97억 원,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 조성 사업비 25억 원이 감소했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이 어찌 되어 갈지 걱정이다.
부산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수산업 전체를 보면 아직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영역이 많다. 비슷한 정책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현장과 동떨어지다 보니 수없이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으나 손에 잡히는 변화와 성과는 어느 하나 크지 않다. 결국, 바다에는 자원이 없고 수산물 유통은 소비자 기대와 멀어지기만 하다면 수산업계는 언제 기사회생할지 알 수 없다.
세상에는 영원히 번창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수산은 식량산업이라 번창은 아니라도 유지와 변화는 있어야 한다. 자원량과 국내생산량은 유지되어야 하고 수산물 유통과 가공은 변화해야 한다. 이제 수산업계는 용왕님께 빌었으니, 우리나라 바다와 풍요로운 식문화를 후대 자손에게 넘겨주기 위해 스스로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기사해생(起死海生)하길 바란다.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