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주인공 유비 관우 장비가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했다. 막내인 장비가 표를 끊겠다고 자청했다. 와도 한참 전에 왔어야 할 장비가 소식이 없자 유비와 관우가 장비를 찾으러 갔다. 아니나 다를까 매표소가 엉망진창이다. 두 사람이 연유를 물었더니, 장비가 하는 말 “조조만 할인해 준다길래 화가 나 매표소를 박살냈지요.”
조조(曹操)가 유비 관우 장비의 숙적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 극장에서 오전에 입장하는 사람에게 요금을 깎아주는 조조할인(早朝割引)에 빗댄 이 이야기가 떠오른 건 ‘아 윌 비 백(I’ll Be Back, 나는 돌아올 것이다)’의 사나이 아널드 슈워제네거(72) 덕분이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홍보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그는 “아직도 쓸모 있고 팔팔하다”고 했다. 칠순을 넘긴 그가 팔팔한 만큼 1984년 처음 나온 영화 ‘터미네이터’에 대한 기억은 생생하다.
‘터미네이터’는 명절마다 특선 명화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을 지켰고, 변주에 변주를 거듭해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라는 새로운 작품으로 발전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에 이어 향토 소주회사인 대선주조와 무학이 앞다퉈 ‘대선(大鮮)’과 ‘무학(舞鶴)’을 내놓자 ‘뉴트로 소주’라는 유행어가 생길 판이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인 뉴트로는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시장 반응이 좋다. 이런 변신의 이면엔 ‘소주 전쟁’이라고 불릴 만한 치열한 소주 시장 점유율 경쟁이 있다. 소주 회사 경영진이 토로한 말이다. “우리는 제3의 전쟁을 하고 있어요. 제1의 전쟁은 동종 업계끼리의 전쟁입니다. 경쟁회사보다 더 열심히 하면 이길 수 있는 구도예요. 제2의 전쟁은 이종 업계와의 전쟁입니다. 맥주나 양주 업계와 피 터지게 붙었어요. 제3의 전쟁은 보이지 않는 적과 겨뤄야 합니다. 시대가 변하고 술을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요. 점점 어려워지는 원인입니다.”
그리고 산업화시대 땀과 눈물이라는 정서적 공감대를 빼놓을 수 없다. 소주는 여전히 서민의 술이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술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아 윌 비 백’을 외치며 대선과 무학 한 잔에 하루의 피로를 푸는 지 모른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공자의 말씀을 기억하자. 유주무량불급란(唯酒無量不及亂). ‘논어’ 향당편에 나오는 이 말은 술을 어지간히 마시되 적당한 선에서 그쳐야 한다는 의미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