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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엉뚱한 데서 ‘구멍’난 치매 국가책임제 /이선정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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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10-23 19:16:3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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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치매 국가책임제’가 2017년 9월 시행된 가운데 그 성공 요건을 짚어보는 ‘GO! 치매 보듬는 사회’ 기획시리즈를 지난 상반기 진행했다. 취재 중 접한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치매사회’ 대비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고령사회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 현안이다.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 인구로 진입하면서 세계는 경제인구 감소, 노인 의료비 상승, 치매 관리 등 공통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벌써 십수 년 전부터 치매사회에 대비했다. 노인 인구 급증은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치매를 앓는 환자의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은 만 65세 이상 인구의 10%가 치매를 앓고, 이 수치는 타 선진국도 비슷하다. 이들은 대비책의 중심을 지역사회 돌봄 체계, 즉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에 뒀다. 병원 진단·치료 체계 확립이나 의료비 경감은 기본이고, 여기에 사회가 가족에게만 지워졌던 부양의 짐을 덜고 치매 어르신을 함께 돌본다는 개념의 커뮤니티 케어를 더했다. 치매는 무엇보다 관리가 중요한 질병이다.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약물치료와 함께 기억력 향상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진행 속도를 충분히 늦출 수 있다. 인지 관련 프로그램을 지역사회가 제공하는 게 커뮤니티 케어다.

독일 뒤셀도르프 치매카페에서 만난 90대 할머니는 30년 전 치매를 진단받았다고 하는데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책을 읽어주면 반응하는 속도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치매 환자라기보다 그냥 나이 든, 정상적인 고령자의 모습이었다. 그 비결은 치매카페라는 커뮤니티 케어였다. 진단 즉시 가족·병원에 의해 관리된 데다 15년 전 이 카페가 개소해 꾸준히 다니면서 병증이 크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치매카페란 치매 어르신이 모여 차를 마시고 수다를 즐기며 노래교실이나 공예수업 등 여러 인지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커뮤니티다. ‘메모리 카페’라고도 하며, 카페라는 이름처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고 또래와 일상을 공유하며 노년의 삶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치매사회를 맞아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하는 우리나라도 이런 다양한 지역사회 돌봄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게 기획시리즈의 결론이었다. 정책 성공의 핵심은 커뮤니티 케어 활성화에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직 정부는 중앙·광역·구군 단위 관리 체계 정립이나 보험 보장 확대를 통한 의료비·노인시설 이용비 경감에만 치중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런데 말이다. 엉뚱한 데서 치매 국가책임제의 ‘구멍’이 나버렸다. 기본 중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조차 치매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부산의 한 대형병원 전문의가 환자의 치매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도 한 것처럼 속인 혐의(의료법 위반)를 받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인지 저하 증상이 심한데도 경증이라고 진단된 것을 본 가족이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들통이 났다. 병원이 건강보험 청구를 하려면 치매 환자는 1년에 한 번씩 간이정신상태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경찰 조사 결과 이 환자는 검사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급여 적용을 위해 검사를 완료한 것처럼 꾸민 것이다. 허위 청구로 건보재정이 줄줄 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환자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게 더 문제다.

“환자가 검사를 거부하거나 오랜 시간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과거 검사 기록을 참고한다(베낀다)”는 지역의료계 관계자의 말은 충격적이다. 더군다나 허위 진단으로 송치된 전문의는 부산시가 지정한 치매 전문 의료기관장을 맡고 있다. 치매 국가 관리체계에서 핵심 역할을 해야 할 기관장마저 그런 ‘관행’에 연루됐는데 정부가 공언한 치매 국가책임제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부산시는 물의를 일으킨 기관장 직위해제 조처도 안 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까지 바라지도 않고 기본만이라도 제발 잘 챙겼으면 하는 바람이 욕심이 돼버린 건 아닌지 씁쓸하기만 하다.

의료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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