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집과 육아다. 경제력이 없고선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다. 설사 방 한 칸을 얻어 결혼생활은 한다 해도 아기는 쉬 낳을 수가 없다. 아기가 생기면 육아 때문에 여성은 당분간 직장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면 수입이 줄어드는데 분윳값 기저귓값은 만만찮다. 두 돌이 지나면 교육비를 걱정해야 한다. 그것을 충당하려면 직장에 가야 하는데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육아도우미를 구할라치면 너무 비싸다. 입주도우미는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운이 좋으면 부모님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시간제 육아도우미를 부르거나 탁아방에 보낸다.
아침마다 탁아방에 아기를 맡겨야 하는 젊은 부모들은 몸과 마음이 바쁘다. 불안하기도 하다. 간혹 자질 없는 보모들이 저지르는 비행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 속에 있으니 아기를 낳아 기르는 것은 모험이다. 집도, 아기도 부담이니 결혼이 주저되고, 결혼하더라도 아예 아기를 낳지 말자는 약속을 하고 결혼하는 젊은이가 늘어난다.
싱가포르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누구나 입주도우미를 신청할 수가 있다. 국가가 인정하는 전문 업체에서 운영한다. 관리와 자격심사가 엄격하다. 비용은 경력에 따라 도우미가 스스로 책정하는데 월 최저 50만 원에서 시작하며 최고 75만 원을 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주도우미가 더 비싸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먹고 자는 것이 비용에 포함된다. 한 번 신청하면 7,8 명을 면접한다. 그중 조건에 맞는 사람을 택하면 되는데 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시 면접이 가능하다. 집에서 근무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정하고 반드시 지킨다. 일요일은 무조건 휴무다. 2년이 기본 계약이고, 원하는 사람은 언제나 연장이 가능하다. 그것을 위해 싱가포르에서는 주택은 말할 것도 없고, 소형 아파트에도 입주도우미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있다.
이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한 부부에게 출산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기가 생기지 않으면 온 가족이 근심하고,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 시절도 있었다. 당시의 인구정책은 산아제한 위주였다. 1970년대의 ‘둘만 낳아 잘 기르자’ 80년대의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등의 표어들은 좁은 국토에 늘어나는 인구를 줄이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였다. 그 결과 1970년 이후 출산율이 꾸준히 낮아져 1.75명이 되었고, 1996년에는 산아제한 정책이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그때 이미 출산율 저하가 우려된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아득히 먼 훗날의 일로만 여겨졌다. 그 후 20여 년이 흘렀고, 지금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하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고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2019년 6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작년 대비 12.9%, 출생아 수는 8.7%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이 한 명도 되지 않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45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고령자 수가 많은 국가가 된다. 출산율 저하가 세계적인 추세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보다 세 배나 빨라서 이십여 년 후에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되는 것이다. 14억 인구인 중국도 고령층이 증가한다고 2018년 산아제한의 폐지를 검토했을 정도로 인구수는 국가의 동력이다. 우리처럼 자원이 넉넉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생산인구의 수는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출산율 저하가 우려된 지난 20년 동안 적극적인 대비책을 세운 정부는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각 지방자치제에서 얼마간의 출산장려금과 출산 축하선물을 주고, 아이돌봄 서비스나 다둥이 혜택 등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긴 하지만 아기를 낳아 키워야 하는 입장에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그나마 산후도우미 제도가 호응을 얻고 있지만 기껏 두 달 이용에 그친다. 이 문제를 진정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만들어 실시해야 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미래세대가 허리를 펴보지도 못하고 꼬꾸라질 지경이다.
이제 결혼과 출산은 젊은이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인생의 과정이 아니라 선택이 돼버렸다. 젊은이들이 그 선택을 좀 적극적으로 하게끔 만들려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아주 획기적이고 거국적인 방향으로 출산장려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언제 이 난국을 벗어날 것인가. 국민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먼 훗날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를 두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만 같아 애가 탄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