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아이 안 낳는 한국, 애가 탄다 /정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24 19:28:46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결혼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집과 육아다. 경제력이 없고선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다. 설사 방 한 칸을 얻어 결혼생활은 한다 해도 아기는 쉬 낳을 수가 없다. 아기가 생기면 육아 때문에 여성은 당분간 직장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면 수입이 줄어드는데 분윳값 기저귓값은 만만찮다. 두 돌이 지나면 교육비를 걱정해야 한다. 그것을 충당하려면 직장에 가야 하는데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육아도우미를 구할라치면 너무 비싸다. 입주도우미는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운이 좋으면 부모님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시간제 육아도우미를 부르거나 탁아방에 보낸다.

아침마다 탁아방에 아기를 맡겨야 하는 젊은 부모들은 몸과 마음이 바쁘다. 불안하기도 하다. 간혹 자질 없는 보모들이 저지르는 비행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 속에 있으니 아기를 낳아 기르는 것은 모험이다. 집도, 아기도 부담이니 결혼이 주저되고, 결혼하더라도 아예 아기를 낳지 말자는 약속을 하고 결혼하는 젊은이가 늘어난다.

싱가포르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누구나 입주도우미를 신청할 수가 있다. 국가가 인정하는 전문 업체에서 운영한다. 관리와 자격심사가 엄격하다. 비용은 경력에 따라 도우미가 스스로 책정하는데 월 최저 50만 원에서 시작하며 최고 75만 원을 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주도우미가 더 비싸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먹고 자는 것이 비용에 포함된다. 한 번 신청하면 7,8 명을 면접한다. 그중 조건에 맞는 사람을 택하면 되는데 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시 면접이 가능하다. 집에서 근무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정하고 반드시 지킨다. 일요일은 무조건 휴무다. 2년이 기본 계약이고, 원하는 사람은 언제나 연장이 가능하다. 그것을 위해 싱가포르에서는 주택은 말할 것도 없고, 소형 아파트에도 입주도우미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있다.

이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한 부부에게 출산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기가 생기지 않으면 온 가족이 근심하고,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 시절도 있었다. 당시의 인구정책은 산아제한 위주였다. 1970년대의 ‘둘만 낳아 잘 기르자’ 80년대의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등의 표어들은 좁은 국토에 늘어나는 인구를 줄이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였다. 그 결과 1970년 이후 출산율이 꾸준히 낮아져 1.75명이 되었고, 1996년에는 산아제한 정책이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그때 이미 출산율 저하가 우려된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아득히 먼 훗날의 일로만 여겨졌다. 그 후 20여 년이 흘렀고, 지금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하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고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2019년 6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작년 대비 12.9%, 출생아 수는 8.7%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이 한 명도 되지 않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45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고령자 수가 많은 국가가 된다. 출산율 저하가 세계적인 추세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보다 세 배나 빨라서 이십여 년 후에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되는 것이다. 14억 인구인 중국도 고령층이 증가한다고 2018년 산아제한의 폐지를 검토했을 정도로 인구수는 국가의 동력이다. 우리처럼 자원이 넉넉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생산인구의 수는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출산율 저하가 우려된 지난 20년 동안 적극적인 대비책을 세운 정부는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각 지방자치제에서 얼마간의 출산장려금과 출산 축하선물을 주고, 아이돌봄 서비스나 다둥이 혜택 등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긴 하지만 아기를 낳아 키워야 하는 입장에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그나마 산후도우미 제도가 호응을 얻고 있지만 기껏 두 달 이용에 그친다. 이 문제를 진정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만들어 실시해야 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미래세대가 허리를 펴보지도 못하고 꼬꾸라질 지경이다.

이제 결혼과 출산은 젊은이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인생의 과정이 아니라 선택이 돼버렸다. 젊은이들이 그 선택을 좀 적극적으로 하게끔 만들려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아주 획기적이고 거국적인 방향으로 출산장려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언제 이 난국을 벗어날 것인가. 국민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먼 훗날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를 두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만 같아 애가 탄다.

소설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3. 3[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5. 5[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6. 6"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7. 7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8. 8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9. 9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10. 10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3. 3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4. 4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5. 5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2. 2"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3. 3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4. 4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5. 5“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6. 6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7. 7"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8. 8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9. 9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10. 10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4. 4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5. 5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6. 6“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7. 7“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8. 8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1. 1[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2. 2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3. 3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4. 4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5. 5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6. 6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7. 7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8. 8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9. 9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10. 10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