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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개방·관용으로 세계를 삼킨 몽골 /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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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10-27 19:34:2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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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제국이 유럽을 침공한 때는 1241년 가을이었다. 첫 번째 제물은 헝가리였다. 헝가리군은 전멸했다. 다음 제물은 누가 될까, 유럽이 공포에 떨었다. 자신들을 비켜 간 걸 신의 가호로 여길 정도로 당시 유럽인에게 몽골은 공포 그 자체였다.

몽골군은 모두 기병이었다. 활과 칼로 최대한 가볍게 무장했다. 압도적인 기동성을 무기로 적을 한 지역에 몰아넣어 집중 공격했다. 흩어지는 적을 칼로 공격하며 백병전을 펼쳤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작전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무기가 가벼우니 적진을 정면 돌파하는 게 불가능했다. 적군이 마차 같은 견고한 장애물로 방어진을 펼치면 치고 들어갈 수가 없었던 거다.

몽골군은 지혜로웠다. 우리가 못 하는 건 남에게 맡기면 된다. 정면 돌파 임무는 퉁구스계에 맡겼다. 만주족이라 불렸던 퉁구스계 민족은 경장기병을 운용했던 몽골계와 달리 중장기병을 운용했다. 중세 유럽 기사의 육중한 갑옷과 투구를 떠올리면 쉽다. 이들의 특기는 정면 돌파였다. 요즘의 ‘탱크’ 역할이다. 중무장한 기사들이 적진을 향해 뛰어드는 거다. 세 마리 말을 밧줄로 묶어 돌파력을 배가했다. 이런 중장기병에게 장애물이란 없었다. 물론 방향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아 상황 변화에 따른 탄력적 대응이 힘들다는 약점이 있었다.

몽골군은 그들의 약점보다 장점에 주목했다. 몽골군은 퉁구스 기병을 자체 병력으로 편입했다. 각 군의 강점에 따라 역할을 배정했다. 퉁구스 기병의 저돌적 돌파에 이은 몽골 기병의 날렵한 공격이 적군의 혼을 빼놓았다. 환상의 조합이었다.

몽골군의 또 다른 강점은 공병대였다. 공병대는 유목민족에게는 있을 수 없는 조직이다. 여기저기 거처를 옮겨 다니는 유목민족에게 성을 쌓고 다리를 만드는 건 딴 세상 일이었다. 몽골군의 ‘위대함’은 여기서도 나타난다. 중장기병 운용에 이민족을 활용했던 것처럼 농경 정주민족에게 공병대 역할을 맡겼다.

빛의 속도로 세계를 제패했던 몽골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 ‘개방’이었다. 몽골은 혼자서 전 세계를 정복한 게 아니었다. 다른 민족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였던 거다. 몽골의 중장기병이나 공병 조직도 그런 개방의 연장 선상에 있다.

당시 사람들은 몽골군이 강대한 성벽으로 방어진을 친 유럽군을 결코 뚫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중앙아시아나 유럽 성들은 몽골군 공격을 한 달도 채 견디지 못했다. 속속 무너지고 뻥뻥 뚫렸다. 기병대만으로 이룰 성과가 아니었다. 이질적 병기와 전술 융·복합으로 몽골군은 가는 곳마다 승리했다. 이질의 문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인, 몽골군의 개방성 덕분이다. 이런 개방을 통해 몽골은 불과 50년 만에 첨단기술로 무장한, 전 세계를 아우르는 군대로 변모했다.

몽골의 개방에서 혁신을 읽는다.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는 개방이 전제되지 않으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더해지는 키워드가 ‘관용’이다. ‘톨레랑스(Tolerance)’ 말이다. 톨레랑스는 사랑이나 자비 같은 도덕 개념이 아니다. 타인과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다. 나만 맞고 다른 이는 틀렸다는 아집을 버리는 거다. 다름의 포용이다.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관용은, 참는 거다. 견디는 거다. 불편하지만 참고 견디는 거다. 실용적 가치 때문이다. 요컨대 관용은 곧 실용적 개방이며, 이런 개방이 혁신으로 이어진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 몽골이 모든 고양이에게 문을 활짝 열었던 이유다. 그런 열린 자세로 몽골은 세계를 내달렸다. 몽골이 세계를 제패한 비결은 결국 관용이었다.

색깔로 구분돼야 하는 것은 세탁물 말고는 없다(Laundry is the only thing that should be separated by color). 인종차별을 경계하는 은유다. 맞고 틀림이 아니다. 그저 다를 뿐이다. 세상만사 다 그렇다. 작위적 이념과 틀에 매몰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비우고 내려놓아야 한다. 끌어안고 포용해야 한다. 몽골이 그랬다. 나를 버리니 개방이고 상대를 품으니 관용이다. 혁신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열린비즈랩 대표·‘그래서 캐주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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