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사상 골프 경기 기사가 일간지 1면에 처음 실린 때는 1998년 7월이다. IMF 경제난이 한창이던 당시 박세리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오픈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한 다음 날이었다. 사실 골프 그 자체보다 IMF 한파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쾌거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터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중의 관심이 낮은 골프 경기에 대한 기사가 신문 1면에 등장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기야 한국 여자골프의 1세대 격인 구옥희가 1988년 LPGA 투어에서 미국 진출 3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을 때도 박세리 만큼의 조명을 받지 못했다.
한국에서 여자프로골프가 출범한 것은 1978년 5월이다. 구옥희를 비롯한 프로 1기생 4명이 탄생하면서다. 이후 41년이 흐른 지금 여자골프는 이미 국내 5대 스포츠로 자리잡았고, 근래 정규 투어 대회 때마다 ‘구름 갤러리’가 몰려들 만큼 인기가 높다. 게다가 이제는 세계 최강국으로 불린다. 골프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방한 때 청와대의 만찬 자리에 초청된 박세리 대표팀 감독에게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너무 잘한다”며 그 요인을 물어봤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박세리 이후 박인비, 유소연, 김세영, 전인지, 박성현, 고진영, 이정은 등과 같은 실력 있는 선수들이 끊임없이 배출돼 활약하고 있다. LPGA 투어의 신인왕이 가장 대표적이다. 한국 선수들이 올해로 5년 연속 그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새로운 인재가 샘솟듯 나오는 ‘화수분 골프’인 셈이다. 그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뚝심의 두산 베어스가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따낸 것도 그 같은 ‘화수분 야구’가 원동력이나 다름 없다. 최하위인 롯데로서는 타산지석이다.
어제 부산에서 끝난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는 화수분 여자골프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줬다. 올해 국내 KLPGA 정규투어의 새내기인 이소미, 임희정, 이승연이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마지막 날 ‘톱10’에 들었다. 게다가 톱10에 든 12명(공동 포함) 중에는 LPGA 투어 소속을 포함해 한국 국적 선수가 무려 10명에 이른다. KLPGA 투어의 기존 선수들도 대거 중·상위권에 올랐다. 세계적 선수들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 실력을 뽐낸 것이다. 이쯤 되면, 세계 여자골프대항전은 미국팀 대 유럽팀이 아니라 한국팀 대 미국·유럽팀 또는 세계연합팀이 맞붙어야 마땅하지 싶다. 우리 여자골프가 자랑스럽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