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파키스탄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의 인근 군사도시 아보타바드. 미국 특수부대 네이비실 요원들이 야음을 틈타 이곳의 3층짜리 건물로 들이닥쳤다. 9·11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이었다.
작전 명령을 내린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 과정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제로니모가 사살됐다’는 메시지를 받고서야 오바마 대통령은 마음을 놓았다. 제로니모는 미국 중앙정보국이 붙인 빈 라덴의 암호명이었다.
그 엄청난 긴장과 충격의 순간이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았다. 백악관 상황실에 모인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등 당시 외교안보팀 주요 인사들이 담겼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쪽 구석에 앉아 있고, 힐러리 장관이 감정을 추스르듯 오른손으로 입을 가린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작전을 지휘하는 군 참모진을 배려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인공인 백악관 상황실 사진이 나왔다. 정중앙의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좌우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이 자리를 잡았다. 모두 정장이나 군 정복 차림의 다소 경직된 표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델타포스 등 특수부대 요원들이 이슬람국가(IS) 수괴인 아브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시리아 은신처를 급습했으며, 알바그다디는 자살조끼를 터트려 자폭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 시리아 현지의 긴박한 작전 영상을 지켜보는 순간을 포착한 이 사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주장하는 ‘미국 우선주의’가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겁쟁이처럼 죽었다”며 290억 원대 현상금을 붙인 알바그다디를 깎아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군 등 중동 정책 수정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 외교적 악재는 내년 재선 전략에서 큰 부담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빈 라덴 사살 작전’처럼 지지율 상승을 기대할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일인 지난 27일 자신의 트위터로 ‘아주 큰일’을 예고했고, 백악관도 ‘중대발표’를 알리면서 퍼즐이 맞춰졌다. 짧은 시간, 난마처럼 얽힌 북미 협상과 남북 관계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은 결과적으로 물거품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에서 한반도는 어디쯤 위치할까.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