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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산진성 ‘탈환작전’ /박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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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29 20:01:2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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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고가교가 철거됐다. 부산 동구 범일동 성남초등학교 앞의 답답한 경관이 훤히 트였다. 자성고가교는 부산의 첫 고가교로 지난 50년간 도시의 다리 역할을 해왔다. 철거 기념식 같은 것도 없었다. 도시재생, 역사 복원 차원에서 활용 가치가 없었던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성고가교는 인근의 자성대(子城臺)에서 따온 이름이다. ‘자성(子城)’이란 명칭 속에는 부산포, 임진왜란, 부산진성의 진득한 역사가 녹아 있다. 자성대 안내판을 보자.

‘부산진지성(支城), 부산시 지정 기념물 제7호. 임진왜란 때 부산진성이 함락되자 1593년(선조 26년) 일본군은 부산진성의 성벽을 헐어 증산 왜성을 쌓고 동쪽에는 자성대 왜성을 쌓았다. 임란이 끝난 뒤 자성대 왜성을 일부 수리하여 부산진 첨사영으로 삼았다….’

1592년 4월,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군은 부산진성을 함락시키고 증산공원(동구 좌천동)과 자성대에 각각 왜성을 쌓았다. 이때 일본군이 부산포 부근에 자성(子城)을 만들고 산정에 장대(將臺)를 세운 것이 ‘자성대’의 탄생 배경이다. 자성을 낳은 모성(母城)은 증산공원 일대의 왜성이다. 정발 장군이 싸우다 전사한 그곳, 부산진성의 수난사다.

옛 문헌에 나타나는 부산진성의 이름은 여러 가지다. 부산진지성(支城), 부산성(釜山城), 부산성의 내성(內城)과 외성(外城), 모성(母性)과 자성(子城), 자성대(子城臺), 환산성(丸山城), 소서성(小西城)이 그것이다. 동래부와 부산포, 임진왜란(왜성)의 역사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부산진성은 역사적으로 4차례 변화를 겪는다. 축성(1490년, 성종 21년)→함락(1592년, 임진왜란 왜성 축조)→자성대 본성(조선 후기)→부산진지성 복원(1974년)의 과정이다. 파란을 겪은 만큼 이야기도 많을 터. 조선성의 성돌을 빼 왜성을 만들고, 명나라 군대가 자성대에 주둔한 이야기(만공대)는 숨 막히는 국제전의 단면이다. 왜성과 만공대는 활용 여하에 따라 일본·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법하다.

일본군과 명군이 물러난 뒤, 조선은 자성대 왜성 위에 부산진성을 재건한다. 당시 성의 둘레는 506m, 높이가 3.9m였다. 동헌과 객사, 동서남북에 각각 웅장한 문루가 들어섰다. 서문엔 남요인후(南邀咽喉) 서문쇄약(西門鎖鑰)이란 우주석을 세웠다. ‘이곳은 나라의 목에 해당되는 남쪽 국경, 서문은 나라의 자물쇠’라는 뜻이다. 강렬한 호국 의지가 읽힌다.

범일동 성남(城南)초등학교, 성동(城東)중학교, 부산진(釜山鎭)시장, 남문(南門)시장 등도 모두 부산진성이 남긴 자취다. 자성대 동편에 조선통신사 역사관과 영가대를 세운 것도 부산진성과 연관이 있다.

부산진성은 부산, 부산포 역사의 축도다. 그 거점은 오늘날의 자성대다. 일본군들이 자성대 왜성을 자성(子城)이라 부르며 사용한 것은 불과 7년이지만, 조선 후기에 부산진성이 존속한 기간은 400년을 헤아린다. 그렇다면 응당 자성대란 이름 대신 ‘부산진성’ 또는 ‘부산성’으로 불러야 옳다. 부산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문제다.

자성대를 새롭게 봐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최근 학계 일각에서 자성대를 부산(富山/釜山) 지명 유래지라고 주장(심봉근 나동욱 박사 등)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부산(釜山)이란 지명은 동구 좌천동 ‘증산(甑山)’에서 유래한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자성대 부산 유래설은 부산진성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일깨운다.

자성고가교가 사라지자 그동안 가려져 있던 부산진시장 주변의 시가지 일부가 보인다. 오늘날 시가지에 옛 부산진성 지도를 갖다 대자, 부산진성의 외성(外城) 윤곽선이 어렴풋이 그려진다. 시가지에 점령돼 있던 부산진성이 진군의 북소리를 울린다. 하고 보면, 철거된 자성고가교는 ‘부산진성 제모습 찾기’라는 역사적 과제를 남겨놓고 장렬히 산화했다. 지하의 정발 장군이 치하할 일이다.
거창한 역사복원 프로젝트가 아니라도, 부산진성의 동헌과 객사, 동서남북 성문 터를 확인하고 왜곡된 지명을 바로잡는 일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부산진성 탈환작전이 시작됐다.

칼럼니스트·스토리랩 수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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