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시대다. 여기서 ‘콘텐츠’란 거창하고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당장 유튜브에 접속하면 알 수 있다. 수많은 유튜브 방송이 모두 나름의 콘텐츠를 담고 있다. 요즘 대세인 ‘먹방’도 그중 하나다. 조회 수 100만이 넘는 ‘먹방’이라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콘텐츠의 시대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가능해졌다. 예전에는 드라마를 보려면 TV를 켜야 하고 영화를 감상하려면 극장, 음악이나 공연을 즐기려면 공연장, 유명 강의를 들으려면 강연장에 가야 했다.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생활의 일부가 됐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OTT(Over The Top) 등 플랫폼이 다양해졌다. 스마트폰과 PC, 노트북으로 언제, 어디서나 드라마와 공연,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독립 출판이 가능해지면서 등단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지 않고도 소설과 시를 쓰고 책을 낼 수 있다. 뮤지션뿐만 아니라 뮤지션 지망생도 유튜브를 통해 홍보하고 데뷔할 수 있다. 새로운 매체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까지 등장했다. 콘텐츠는 생활과 떨어질 수 없게 됐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도 모호해졌다.
콘텐츠시대의 부작용(?)도 나타난다. OTT와 유튜브가 인기를 끌면서 영화 관객이 줄어 극장계는 긴장하고 있다. 한때 최고 인기 직업이었던 방송국 PD가 TV에서 멀어진 시청자를 잡기 위해 크리에어터와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콘텐츠의 시대에 부산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동안 부산은 ‘영화 도시’를 표방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라는 최고의 콘텐츠와 브랜드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BIFF를 발판으로 영화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꿈을 20년 넘게 꾸고 있다. 그동안 쏟아부은 돈만 수백억 원이다.
부산의 꿈은 여전히 꿈에 그친다. 부산에서 영화산업은 여전히 산업으로 논할 수준이 아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고 우려의 목소리도 꽤 많았지만 바람처럼 흘러갔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산을 영화 도시로 한정시키지 말자. 더 넓은 의미로 확장해 콘텐츠의 도시로 발전시키자. 부산은 콘텐츠의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갖췄다.
이미 영화는 BIFF가 조성한 생태계가 있다. 최근 BIFF는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축제를 끌어들이는 거대한 문화 용광로가 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도 비슷하다. 본지가 13차례의 시리즈 기사(‘소통하며 확장·진화… 새 길 찾는 부산문화’)를 통해 보도한 것처럼 새로운 문화예술 씬이 부산에 등장했다. 부산의 웹툰과 게임은 우리나라를 벗어나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문화예술 분야의 다양한 국제 행사, 크고 작은 페스티벌이 끊이지 않고 펼쳐지는 곳이 바로 부산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흩어진 가능성을 모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서 지원이란 단순히 민간 활동 영역에 관이 개입해 무작정 ‘돈’만 뿌리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환경을 정비하는 데 부산시 같은 행정기관이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교육과 창작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콘텐츠는 문화예술을 부흥시키고 산업적인 효과를 이끌어낸다.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펴낸 ‘미래의 직업 프리랜서-1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란 보고서를 보면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을 노동자나 사업가보다 예술인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크리에이터의 월평균 소득은 주업인 경우 536만 원, 부업은 333만 원이었다. 연예인처럼 소속사가 있는 크리에이터도 꽤 있었다. 그동안 크리에이터에 관한 조사가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이 보고서는 크리에이터 활동이 문화예술과 산업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콘텐츠의 시대는 앞으로 부산이 어디로 가야 할지 제시한다. 바로 콘텐츠의 도시다. 부산이 꿈꾸고 가꿔야 할 미래다.
디지털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