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해체 작업이 지체될 조짐이다. 인근 주민 의견 수렴 작업조차 착수를 못 하고 있는 탓이다.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은 고리1호기 해체를 위한 공론화를 주관하는 자치단체 선정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고 한다. 고리1호기 시설물은 행정 구역상 기장군에 있지만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울주군(30㎞)이 기장군(20~21㎞)보다 넓은 탓에 생긴 이견이다. 울주군은 원자력안전법이 정한 대로 비상계획구역이 넓은 자치단체가 주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기장군은 시설물이 있는 자치단체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한국수력원자력이 계획한 연말까지 주민 의견 수렴은 사실상 물 건너간 모양새다. 당초 한수원은 주민 의견 수렴 결과를 토대로 내년 6월까지 고리1호기 해체 계획서 작성, 2022년 6월 최종안 정부 승인 등의 일정을 계획하고 있었다. 공론화 작업 지연은 이런 향후 일정의 차질을 의미한다. 당연히 한수원이 설정한 1호기 해체 기간인 총 15년6개월(2017년 6월~2032년 12월)은 지켜지기 어렵게 됐다.
또 걱정스러운 것은 ‘15년6개월’이라는 해체 기간 자체가 늘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해체 작업에는 국내외 기술 총 58개가 필요하지만, 10개 안팎은 현재 우리나라가 아직 확보하지 못한 데다 전문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원전해체산업이라는 분야의 개척이 난관에 부딪힌 느낌이다.
원전 해체는 처음 가보는 길이어서 어려움이 없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해서야 되겠나. 고리1호기 해체는 우리나라에서 상업용 원전 퇴출 첫 사례란 점에서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역 입장에서는 원전 해체 산업은 주목받는 신성장 동력이다.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1조 원이고, 앞으로 50년간 세계 원전 폐로 시장 규모가 20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고리1호기 해체 작업이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부족한 기술과 경험을 빨리 축적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 지역 간 다툼에 매몰돼 미래의 먹거리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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