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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지방대 아우성 외면할 텐가 /구시영

‘인 서울’, 학령 인구 감소…이중고로 붕괴 위기 고조, 5년 뒤 40% 문 닫을 우려

수도권과 교육 격차 해소, 지역대학 강화가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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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남서쪽의 ‘말뫼’는 과거 세계적 조선소 도시로 이름을 날렸다. 배 만드는 일로 주민들이 먹고살았고 지역경제도 잘 돌아갔다. 그런데 조선소가 점점 경쟁력을 잃고 1987년 폐쇄되면서 도시 전체에 위기가 닥쳤다. 급기야 조선소 크레인의 마지막 부분마저 해체된 뒤 운송선에 실려 나가자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국영방송은 그 장면을 장송곡과 함께 내보냈다. 그 유명한 ‘말뫼의 눈물’이다.

그랬던 이곳이 지금은 ‘말뫼의 기적’으로 들썩인다. 정보기술·바이오 중심의 첨단도시이자 유럽의 대표적 스타트업 도시로 부활한 까닭이다. 그 원동력은 지역 대학에 있다. 1998년 정부와 시 당국이 조선소 폐부지에 말뫼대학을 설립하며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여기서 배출된 우수 인재들이 지역 기업의 젖줄이 되고, 대학-산업체-자치단체의 산학관 협력도 유기적으로 이뤄졌다. 그 덕에 일자리와 창업, 도시 인구가 몰라보게 늘었으니 주목받고도 남는다.

말뫼 스토리는 지역발전에서 대학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15년 전 우리 참여정부 시절에 자립형 지방화 전략의 핵심 요소로 지방대 집중 육성을 내세웠던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전략은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 의존형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단순히 지방대 육성만이 아니라, 그걸 통해 지역 특화산업 발전과 연구·개발(R&D) 향상 등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에 목적을 뒀다. 다시 말해 지방대 주축의 산학관연 네트워크와 혁신체계로 지역의 내생적 성장발전을 이뤄가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작금의 지방대학은 존폐 기로에 놓였다. 말뫼처럼 지역경제의 견인차가 되기는커녕 고사할 지경이다. ‘서울 블랙홀’에 사람과 돈이 쏠리는 데다 학령인구 감소까지 이중고를 겪어서다. 올해 전국 대학의 입학정원이 49만 명(수도권 19만, 비수도권 30만 명)에 이르지만 5년 뒤 2024년에는 그 정원이 12만4000명 부족해질 거라는 예측만 봐도 그렇다. 이는 지방대에 직격탄이 될 게 뻔하다. 그 같은 감소가 주로 비수도권에서 발생할 거라는 점에서다. 그럴 경우 대학 전체 정원의 41%가 줄어드는 수준이니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더욱이 등록금에 재정을 의존하는 사립대로서는 버티기 힘들다. 따라서 약 40%의 지방대가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최근 전국 대학노동조합이 정부에 지방대 붕괴 위기를 제기하며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장 내년 대학입시부터는 정원보다 지원자가 1만7800명 모자라는 역전현상이 사상 최초로 벌어질 판이다. 부산에서는 수능응시자 수가 8년 연속 감소세다. 더구나 수험생이 줄면 서울 및 수도권 내 대학에 입학하려는 수요가 더 늘어날 게 명약관화다.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지방대학뿐 아니라 지역 고등교육 기반, 더 나아가 해당 지역이 붕괴되는 상황이 수년 뒤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야말로 섬뜩한 얘기다.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지방은 이미 위기의 악순환에 빠졌다. 수도권과의 격차 심화로 지역경제가 악화하고, 인재들은 직장과 기회를 잡기 위해 수도권으로 몰려간다. 그런 지역 인재 유출은 지방대와 산업·문화 등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지방 자생력 약화는 다시 수도권-비수도권 격차를 확대하는 악순환 구조다. 수도권 초집중화 속에 지방대가 몰락의 길로 내몰리는 꼴이다. 악순환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지방대를 살려야 한다. 말뫼에서 보듯이 지방대가 지역의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혁신체계의 중심축이 되는 것이다. 요즘 최대 화두인 공정성과 관련한 대학 입시 개혁 문제도 지방대 강화에서 출발하는 게 올바른 방법이다. 지방에 인재가 골고루 퍼지도록 해야 고질적인 대학 서열화도 극복할 수 있다. 지방대가 강해지면 졸업생들도 더 공정한 경쟁체제에서 평가를 받게 될 터다.

일본의 지방대는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 올해를 포함해 일본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24명 중 지방대 출신이 18명에 이른다니 말이다. 이들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은 일본 전역에 분포해 있다. 지역과 지방대의 탄탄한 힘이 뒷받침되지 않고서야 이런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지방에 인재가 모여들게 하려면, 수도권과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게 최선책이다. 아울러 지역의 일자리 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같은 혁신 역량이 커져야 된다. 부산시가 얼마 전 발표한 ‘지역 주도형 R&D 네트워크 구축’ 계획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 제조업의 하락을 막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인데, 이는 지역대학이 튼튼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지방대는 ‘지잡대’라는 모멸적 호칭을 듣고 ‘인(in)서울’에 짓눌려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방대가 무너져서는 지역도 살아나기 힘들다.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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