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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산은 ‘독자 생존’ 꿈꿔야 한다 /이경만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03 19:07:1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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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1960, 70년대 사진을 담은 동영상을 보내왔다. 그 안에는 내가 어릴 때 살던 모습이 다 들어 있었다. 부엌에서 무쇠솥에 불을 지피며 밥하는 모습, 소를 몰며 밭을 쟁기질하는 모습, 산에서 소에게 풀을 먹이는 모습, ‘오라이’ 외치는 버스안내양이 있는 비좁은 버스를 교복 입고 겨우 타는 모습…. 그 시절을 웃음 머금고 돌이켜보게 하는 사진이었다. 그때가 1970년대이니 거의 50년 전이다. 나도 무척이나 가난했기에 그런 사진속 모습으로 살았다.

지금쯤은 나락을 타작하고 있었겠구나. 타작마당에서는 하얀 쌀밥을 밥 봉우리가 불룩 나오게 담아 실컷 먹었다. 봄에는 쌀이 없어 보리쌀을 세 번 삶아 광주리에 담아 매달아 두고 먹기도 했다. 그때는 냉장고가 없어 걸핏하면 곰팡이가 슬기도 했다. 그래도 버리지 않고 다시 물에 씻거나 삶아서 먹었다. 이것도 없어서 밀가루에 쑥을 넣어 쑥버무리를 먹기도 했다. 그래도 가을에는 풍성했다. 소나무 낙엽(‘갈비’라고 불렀다)이 수북이 쌓여 그것을 긁어서 땔감으로 썼다. 화력이 얼마나 좋은지. 가을에는 전어가 많았기에 그런 불에 전어를 구워 먹으면 일품이었다. 그런 ‘갈비’도 다른 사람이 먼저 긁어 갔기에 지게를 지고 한 시간 정도, 아마 6, 7㎞ 이상 먼 산에 가야 했다. 산에서 소나무 가지를 한 짐 지고 와서 풀어놓고 점심을 먹는데 배가 너무 고파 라면을 여섯 개나 끓여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라면이 귀했던 시절, 라면 여섯 개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아마 1970년대까지 시골에서 살았던 분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오늘은 서울 서초·강남의 양재천을 아내와 걸었다. 잘 가꾼 양재천에는 30cm 넘는 잉어가 득실대고, 갖가지 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었다. 도로 양옆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도심 가을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이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나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50년 만에 한국이 천지개벽했다. 배고픔은 1970년대까지였고, 그 이후 산업·정보·민주화를 달성한 나라가 됐다.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하지만 여기까지다. 지난주에는 3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어느 기업 회장님과 점심을 했다. 그분이 통탄했다. 우리가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지금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현재 주위의 많은 기업인을 만나면 그런 탄식이다. 정치를 몰랐던 아주머니들이 광화문으로 갔다. 자녀 미래를, 일자리가 없어지는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다. 텅 비어 가는 건물들, 임대차를 내놓은 상가들을 보면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경제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은 정말로 속이 타는데 정작 정책결정자들은 경제가 좋아진다고 하니 분통이 터진다.

차라리 “경제가 어려운데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참아달라”고 하면 덜 미울 것이다. 그간 하는 말마다 국민 감정을 후벼팠다. 마치 자신들이 모든 것을 알고 국민은 모를 것으로 생각해서 그런지 국민을 무시하는 내용의 발언이 많이 나왔다. 이제 이번 정부의 임기는 반환점을 돈다. 내가 보기에 뭐를 기대하기는 글렀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부산은 어떻게 할 것인가? 독자생존이다. 부산은 공화국이다. 대한민국, 서울과 독립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시장과 국장들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요 장관으로 생각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이렇고 저렇고 해도 소용없다. 어찌 보면 부산만큼 좋은 입지여건을 가진 도시도 별로 없다.

신공항도 빨리 추진되어야 한다. 나는 김해공항 이착륙이 밤 11시 이후부터 오전 6시까지 안 된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이게 무슨 국제공항인가? 아마 대부분 국민이 모를 것이다. 빨리 결단해서 가덕도에 물류 중심 국제공항 콘셉트로 추진해야 부산과 남부지방이 살 것이다.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 서면을 ‘줄기세포 특구’라도 지정해 국내외 줄기세포 병원, 연구기관, 전문가, 의사, 고객 등이 몰려오게 해야 한다. 그간 5만여 명의 국내 고객이 일본·중국에 가서 줄기세포 주사를 맞는데 1인당 4000만 원을 지출한다니 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줄기세포의 국내 전면 개방이 어렵다면 부산 서면 일대에 한정적으로 풀어 부산에 실제적인 소득이 창출되도록 해 달라. 시간이 별로 없다. 한두 개 파급력이 큰 것을 빨리 추진해야 3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추락하는 것을 막을 것이다.

아시아비즈니스동맹 의장·한국공정거래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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