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은 매력적인 직업이다. 연고지의 수많은 팬을 웃기고 울리는 연출력을 발휘하는 희열은 남다를 게다. 그러나 고단하고 외로운 직업이다. 오로지 성적으로 말하는 프로세계의 냉엄한 현실논리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마추어 롯데 창단감독을 지낸 ‘빨간 장갑의 마술사’ 고 김동엽 감독. 중·장년층 야구팬이라면 기억할 감독이다. 부산 토성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한 그는 1997년 4월 5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숱한 얘기를 남겼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해태 타이거스(KIA 타이거스 전신) 창단감독에 이어 1985년 MBC 청룡(LG 트윈스 전신) 감독까지 지낸 그는 선수들에 대한 혹독한 훈련을 바탕으로 ‘빨간 장갑’에서 뿜어져 나오는 작전의 야구를 펼쳐 팬들을 사로잡았다. 현장을 떠난 뒤 야구 중계 해설자로 나서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항공모함 함장, 프로야구 감독을 같은 연장선에 놓고 결단의 묘미를 수시로 강조했다. 야구계 낭만이 있어 보이는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지난주 두 감독이 화제에 올랐다. 올 시즌 꼴찌를 기록한 롯데 자이언츠에는 새 감독이 부임했고,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KS)를 동시 제패한 두산 베어스 감독은 재계약했다. 2015년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태형(52) 감독은 3번째 연임이다. 5년 연속 KS 진출과 트로피를 세 번이나 들어올린 최상의 결과를 엮어낸 보상이다. 역대 KBO 리그 감독 최대 대우도 받았다. “현장에 있는 동안 감독에게는 결과만 남는다.” 김 감독의 말에는 울림이 있다.
롯데의 새 사령탑에 오른 허문회(47) 감독은 만신창이가 된 구단을 재건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사령탑 교체가 잦아 ‘감독의 무덤’으로 불리는 롯데에서 신임 감독이 펼칠 청사진은 선명하다. 롯데는 2020시즌 캐치프레이즈로 ‘드라이브 투 윈(Drive To Win)’을 선택했다고 한다. “선수들은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경기장에 나가서 오직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 성적에 대한 다급함이 잔뜩 묻은 느낌이다.
하지만 야구팬은 긴 안목을 갖고 사직야구장을 등진 ‘부산 갈매기’를 불러들이는 ‘멋진 야구’를 우선 바랄 게다. ‘야구의 일번지는 부산이 아니냐/사랑의 일번지는 사직동이 아니더냐’. 롯데의 한창 호시절이었던 2000년대 초 강병철과 삼태기가 가요 ‘항구의 일번지’를 편곡한 응원가가 2020년대 다시 불릴 날이 오리라 믿는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