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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쓰시마 선언’ 화해의 물꼬 기대 /남송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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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11-04 19:05:4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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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전 8시30분 부산에서 출발하는 비틀호를 타고 대마도로 향했다. 조선통신사 기록유산 유네스코 한일 공동 등재 2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1주년 행사를 부산에서 열면서, 올해는 일본에서 2주년 기념행사를 갖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이 번갈아 가며 공동 등재 기념행사를 주관함으로써 조선통신사의 성신교린 정신을 계승해 나가기 위함이었다.

이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일 양국 실무자의 마음은 편하지는 않았다. 한일 간의 정치·경제적 갈등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적극적이고 활발한 교류를 제안한다는 자체가 마음 편하게 추진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제일 먼저 역사 속 조선통신사를 호출해 현재화하는 일을 시작한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은 조선통신사 기록유산 유네스코 한일 공동 등재를 추진한 학술위원장으로서, 이 등재의 의미를 계승·발전시켜나가는 일을 부단히 이어나가야 함을 역설해왔다. 조선통신사 정신에 기초한 민간 문화교류에 대한 그의 남다른 관심이 이번에 ‘쓰시마 선언’이란 새로운 제안을 낳게 했다. 필자 역시 이 일을 공식적으로 처음 추진한 추진위원장으로서 적극 동의해 강남주 전 총장과 함께 대마도로 가게 된 것이다.

부산항을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지나 대마도 북쪽 히타카츠항에 도착했다. 강 전 총장은 멀지 않은 곳에 도오노 구비 고분 유적이 있다며 작은 마을 언덕배기로 인도했다. 그곳에는 3곳에 돌로 만들어진 무덤이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었다. 초등생이 우연히 발견했다는 이 무덤에서 나온 유물은 기원전 1, 2세기에 벌써 한일 간 문화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한다. 인류 역사는 끊임없는 흐름과 섞임의 역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후 5시부터 이즈하라 문화회관에서 2주년 기념행사가 시작됐다. 이날 행사의 중심은 역시 ‘쓰시마 선언’이었다. 그 핵심은 다음 일절로 요약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이다. 양국 갈등과 반목은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현재 양국 정부의 정치적 갈등은 사람들의 자유로운 왕래와 교류를 저해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들은 양국 사람들이 ‘성신교린’의 정신을 회복할 것을 호소한다. (중략) 이러한 때야말로 양국 시민이 활발히 왕래하며, ‘성신교린’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지속적인 노력이 양국 정부에 성신교린의 정신을 촉구하고,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양국 간 정치적 갈등과 반목을 해소시킬 것이라 믿는다. 우리들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2주년을 맞이하여, 조선통신사가 일본에서 최초로 땅을 밟은 이곳 쓰시마에 모여, 등재를 추진한 자로서 ‘성신교린’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일 것을 선언한다.”

이 선언서에는 한국 측 학술위원장을 맡았던 강 전 총장과 공동 추진위원장이었던 필자, 일본 측 추진위원장이었던 마츠바라 가즈유키 조선통신사 일본 연고자협회 이사장과 학술위원장이었던 나가오 히로시 교수가 서명했다. 서명 뒤 한일 양국의 선언서 낭독이 있었고,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현장은 진지하면서도 열기가 가득 차 있었다. 참석한 쓰시마 조선통신사 관련 인사들, 쓰시마 민단 회원들, 기자들, 한국왜관연구회 강석환 회장·손성국 부회장 등 70여 명의 박수소리는 텅 빈 대마도 거리로 흘러넘쳤다. 행사 다음 날 아침 일찍 ‘나가사키신문’ 기자는 ‘쓰시마 선언’이 1면 톱 기사로 나왔다며, 신문을 들고 찾아왔다. 아사히신문, 서일본신문, NHK 방송 등에서 ‘쓰시마 선언’을 보도해주었다.

오후에 히타카츠에서 부산으로 출발하는 비틀호에 다시 몸을 실었다. 바다는 더욱 잔잔했다. 111번째로 대마도를 다녀온 강 전 총장은 오늘 같은 바다는 흔치 않았다고 선창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일 갈등의 파고가 평온해질 날은 언제쯤일까라고 중얼거리는 사이 오륙도가 보였다. ‘쓰시마 선언’의 실천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많이 대한해협을 건너야 할까?

부경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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