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린 태국 방콕에서 단독 환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현재 양국 외교부가 공식 채널로 진행 중인 협의를) 보다 고위급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고 제의했고,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11분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악화일로를 치닫는 한일관계를 화해 국면으로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일 갈등은 양국 모두에게 백해무익하다. 지난 3개월간의 경제분쟁에서 거듭 확인한 진실이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일본의 대한국 수출액(약 4조3560억 원)은 전년 동월에 비해 15.9% 줄었다. 우리나라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으로 식료품, 유기화합물, 제조장비 등 수출액이 24~62% 격감한 탓이다. 한국 관광객의 급감으로 큰 타격을 받은 오키나와 등 일부 지자체는 관광업계에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 이차전지 일반기계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제조기업의 16%가 악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안보 위기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러시아 군용기 6대가 우리나라 동해·서해·남해의 방공식별구역 안을 6시간 동안 누비고 다녔지만 아무런 제지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러시아 군용기의 침범은 올 들어 벌써 22번째인 데다, 지난 8월 우리나라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더욱 노골화하는 추세다.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의 이완을 틈탄 도발이다. 오는 23일로 다가온 양국 지소미아 종료 시한 전에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한일 정상이 단독 환담을 가진 것은 사태의 위급성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수습방안(한일 기업의 공동 강제징용 배상) 외 중국식 방안(배상 없는 과거사 사죄)등 다른 대안들도 거론되고 있다. 양국이 하루빨리 후속 협의를 갖고 최선의 타협점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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