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선거제 개혁 물 건너 가는 건가

의원 정수 확대 변수 등장, 국민 반대 정서 거론하며 거대 양당 반대하지만

모든 가능성 열어 놓고 적극적으로 협상 나서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올라 있는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시점이 오는 27일로 얼마 남지 않았다. 여야 교섭단체 3당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지만, 이 기간 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엔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비례대표 폐지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워낙 강경한 데다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당의 속내도 제각각이어서다. 여기에다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검찰개혁법안 처리와 맞물려 더욱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돼버렸다. 과연 이 짧은 기간에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풀 정치권의 지혜가 도출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화두가 던져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최근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300석인 의원 정수를 10% 범위 내에서 늘리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현재 253석인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패스트트랙안 통과가 현실적으로 힘든 데다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려면, 의석수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예상대로 의원 정수 감축을 주장해 왔던 한국당은 펄쩍 뛰었다. 민주당 또한 표면적으로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 야당은 당연히 검토해볼 만하다는 태도다. 선거법 개정 협상에 새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사실 우리 현실에서 의원 정수 확대는 정치권 누구도 입밖에 꺼내기 힘든 금기어였다. 이른바 국민정서법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20대 국회는 여러 면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놀고 먹는 국회라는 비난이 더욱 거세진 판에 밥그릇을 늘리겠다는 발상이 국민에게 먹혀들 리 없는 탓이다. 여야 4당이 논란 속에 애초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면서 지역구를 축소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국민 여론이 따가울 게 분명한 데도 심 대표가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했으니 더욱 의아할 법도 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만 금기어였을 뿐 의원 정수 확대 주장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단순한 수치로만 비교하긴 힘들지만, 우리나라의 의원 정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1위로 하위권인 게 엄연한 현실이다. 게다가 이번에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의 취지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거대 양당에 유리한 승자독식 구조의 현재 소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는 데 상당수 국민은 동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가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이를 찬성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의원 정수 확대는 여전히 논쟁적인 사안이다. 다만, 반대의 가장 큰 근거인 국민 정서 문제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민 상당수가 현행 선거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 해법 중 하나인 의원 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까닭은 분명하다. 어떻게 보면 이중적인 태도이긴 하지만, 정치권 스스로 불신과 혐오를 자초한 탓이 크다. 사실 유권자 입장에서야 국회가 제 역할만 한다면야 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쌍심지를 켜고 격렬 반대할 이유도 없다. 정치권 하기 나름인 것이다.

또 하나, 거대 양당은 국민 정서상 의원 정수 확대는 힘들다지만 과연 속내까지 그럴까. 민주당과 한국당은 표면적으로야 국민 반대를 거론해도 속을 들여다보면 별 아쉬울 게 없다. 현행 선거제를 유지하는 게 더 득이어서다. 민주당으로선 선거제 개혁 여론이 높고 대통령 의지가 강하니 어떤 액션이라도 취해야 한다. 그래서 이끌어 낸 게 패스트트랙안이지만 이는 당론일 뿐, 지역구가 줄어드는 의원들은 속이 끓을 수밖에 없다. 패스트트랙안 통과를 마냥 자신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의원 정수 확대에 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딜레마다.

한국당은 더 큰 문제다.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나머지 여야 4당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방안을 검토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다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안에 합의하자 비례대표 폐지와 의원 정수 10% 감축안을 내놨다. 표면적으로는 국민 정서를 감안한 듯하지만 누가 봐도 현실성이 없는 안이었다. 여기에다 심 대표의 의원 정수 확대 주장을 거세게 비난했다. 이 또한 국민 정서를 들먹였지만 과연 한국당 의원들의 속내를 대변한 걸까. 한마디로 이도 저도 싫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게임의 룰은 오리무중이다. 이대로라면 패스트트랙 통과가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총선은 어렵고 다음 또는 23대부터 적용하자는 안도 거론된다. 거대 양당으로서는 답답할 게 없겠지만, 온 나라를 들썩였던 선거제 개혁이 허망하게 물 건너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거대 양당은 좀 더 솔직하게 의원 정수 확대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두고 적극적으로 협상할 필요가 있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BRT에 밀려나는 시청 앞 70살 느티나무 어찌하나
  2. 2해·수·동 규제 풀리자 부산 아파트 경매시장도 들썩
  3. 3“공천 전횡 막겠다”-“경질해야”…김세연 vs 친박계 정면 충돌
  4. 4반쪽짜리 윤창호법이 제2의 윤창호 만들었다
  5. 5한화에어로 또 따냈다…미국 GE 3억불 납품 계약
  6. 6“무시당하던 한국 이젠 주역”…한·아세안 외교 30년 말하다
  7. 7부산대 의예과 288·동의대 한의예 278
  8. 8짧게 맡겨도 최고 3% 이자 ‘파킹통장’ 짭짤하네
  9. 9김해신공항 검증 해넘겨…PK 여당 총선 전략 ‘비상’
  10. 10“사람따라 알코올 분해 제각각…숙취운전 방심 금물”
  1. 1멧돼지 도심까지 진출… 지하철 부암역 출구 인근
  2. 2문현2동 저장강박세대 청소 지원
  3. 3용호3동 찾아가는「행복나눔 음악회」개최
  4. 4한국해양대 LINC+사업단, 부산 6개 대학연합 산학관 협력 MOU 체결
  5. 5김세연 "황교안, 나경원 직책에서 내려오란 것 아냐"…의원 불출마 구심점 돼달라
  6. 6“권력형 입시비리” 성신여대 전 총장, 나경원 딸 입시 특혜 의혹에 입 열어
  7. 7부산 동구, 부산건축직업학교, 건설근로자공제회 삼자협업 사랑의 집수리 사업 실시
  8. 8김해신공항 검증 해넘겨…PK 여당 총선 전략 ‘비상’
  9. 9비타민의원, 동구에 성금 기탁
  10. 10“부산시, 자원재활용센터 불법 운영”
  1. 1해·수·동 규제 풀리자 부산 아파트 경매시장도 들썩
  2. 2부산 3165개 사업장 적용…중기 “환영” 노동계 “미봉책”
  3. 3짧게 맡겨도 최고 3% 이자 ‘파킹통장’ 짭짤하네
  4. 4영도 하리항 ‘지방어항’ 지정…해양관광 마을로 육성키로
  5. 5부산 ‘컨테이너 농장’ 사업 더 키운다
  6. 6조선기자재 기지개에 부산 수출 5개월째 흑자
  7. 7주가지수- 2019년 11월 18일
  8. 8부산에 극지 체험공간 한 달간 열린다
  9. 9캠시스 초소형 전기차, 부산 카페에 팝업매장
  10. 10전자증권제도 상장주식 9900만주 등록
  1. 1삼풍백화점 붕괴 후 건물 자리엔 주상복합 들어서, 사고 원인은?
  2. 2윤창호 사고 1년 만에 또 참변…애도 물결 이어져
  3. 3오늘 부산 날씨, 최저 온도 15도, 종일 흐릴 예정
  4. 418일 오후 전국 미세먼지 현황, 내일 미세먼지 예보는?
  5. 5패드립 뜻 뭘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생겨난 신조어
  6. 6오늘(18일)부터 김해공항 보안 등급 상향…공항공사 “평소보다 일찍 공항 도착해야”
  7. 7“이건 차별이 아니라…” '노튜버존' 등장에 누리꾼들 반색
  8. 8경남도 특별사법경찰,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 판매 10개소 적발
  9. 9경남도, 인공지능(AI) 활용한 통합돌봄 서비스 추진
  10. 10국가 중대사 땀 흘려 알리는 표충비 ... 1리터 가량 땀 흘리자 “무슨 일 생기나”
  1. 1호날두 이번엔 ‘골 도둑’…찜찜한 99호골
  2. 2벤투호, 19일 ‘몸값 7배’ 삼바군단 브라질과 맞대결
  3. 3‘그리스 신성’ 치치파스, 남자 테니스 왕중왕 등극
  4. 4‘제2 이승엽’이 없다…한국야구 해결사 발굴 숙제
  5. 5NFL 구영회, 복귀 두 번째 경기도 활약
  6. 6‘고수를 찾아서2 특집’ 마샬아츠 트릭킹의 매력에 빠지다
  7. 7한국 야구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 밟는다
  8. 8국제신문배서 부경경마 ‘백문백답’ 우승
  9. 91위 한국과 4위 투르크가 승점 단 2점차…안갯속 H조
  10. 10“지난 10년 토트넘 영입 최고 선수는 손흥민”
국제신문-KLJC 공동 인터뷰
강필구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 "진정한 지방자치 위해 정당공천제 폐지돼야"
국제신문-KLJC 공동 인터뷰
신원철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 “시도의회 인사권독립과 전문인력 도입 절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부산의 원도심, ‘문화도시’와 어울리지 않는가
감동스러운 도시건축을 만나고 싶다
기고 [전체보기]
고양이와 쥐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 /이용희
지역민과 마을활동가가 함께 만든 새뜰마을 /오광석
기자수첩 [전체보기]
365일 지스타 열리는 부산 기대 /배지열
아직 설익은 공무원 공로 연수제 /김성룡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솔로몬 심판’과 오늘 우리의 송사들
귀농 귀어 귀촌에도 균형발전 없는 나라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피리와 하프
힐링의 악기 ‘깡깡이’ 해금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수산인의 웃음을 보고 싶다 /유정환
‘외투 불균형’ 에 뒷짐 진 정부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2세 정치인
‘반중’ 대자보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中 ‘문학 한류’ 이끄는 정지용의 울림
가을과 다섯 수레의 책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특별한 갈치구이 한 토막
베트남의 포와 반미
사설 [전체보기]
역대 최대 흥행 지스타, 영구 개최 위해 모두 힘모아야
미 잇단 유화 제스처…북미 실무협상 조속히 재개되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정의를 갉아먹는 ‘합법적 불공정’
‘소산소사’의 사회, 고용연장이 해법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인생 2막에 이룬 성공
절망 속에서 탄생한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기생충
정신 줄 놓지 말고 다시 도전하자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니가 가라, 험지’
선거제 개혁 물 건너 가는 건가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가을! 그 오랜 기억들
가을을 여는 모차르트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브랜딩의 미학, 보르도와인
우리 삶은 아름다운가 - 토스카나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조선 시대 만다라 문양 민화
호생관 최북의 ‘지두해도(指頭蟹圖)’
  • 충효예글짓기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