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가 해마다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하는 지방교부세의 내년 규모가 축소된다고 한다.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힘든 지자체로서는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부담을 더 떠안고 재정의 주름살도 깊어지게 되어서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들어 지방교부세가 감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지방 자립을 위해 강력한 재정분권을 내세운 현 정부가 지방재정을 확충해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위축시킨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방분권 면에서 거꾸로 가는 듯하다.

어제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20년 정부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그런 내용이 담겼다. 즉 지방교부세와 지방소비세 등의 내년 편성에 대한 것이다. 정부가 거둔 국세의 일부(19.24%)를 떼어 지자체에 나눠주는 지방교부세가 52조3053억 원으로 잡혔는데, 이는 올해 52조4600억 원보다 1547억 원 줄어든 규모다. 감소율이 -0.3% 수준이라 미미하게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에는 각각 전년 대비 12.9%, 14.8% 증가율을 기록했던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이처럼 교부세가 쪼그라들면 지자체의 내년 재정여건이 더욱 나빠진다는 건 말할 나위가 없다. 전체 예산 중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세입의 비율인 재정자립도가 겨우 50% 남짓에 불과한 형편이니 말이다. 교부세 재원인 내국세가 경기 침체·둔화에 의해 감소한 영향이 크지만, 꼭 그렇게만 보기도 어렵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적처럼,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 감액 편성은 재정분권의 취지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부의 분권 의지가 빈약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지방소비세에 대해 정부가 조건부로 분할 지급한다는 것도 그렇다. 내년 지방소비세 21% 상향에 따른 확충분 8조5000억 원 중 42.6%인 3조6000억 원을 일률적으로 배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지자체에 이양하는 사업에만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3년간 나눠준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고약하고, 반분권적 정책이다. 지자체의 자율적 재정운용은 고사하고 사업수행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어서다. 중앙 통제의 틀에 지자체가 계속 갇혀 있는 한, 자치분권 실현은 요원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