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올드 보이들의 세상 /원성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05 19:18:30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며칠 전 집 거실에서 연신 안경을 닦으며 중얼대는 아내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안경을 새로 한 지 얼마 안 되는데 흐릿하게 보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푸념이었다. 아내를 한 번 힐끗 쳐다본 필자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5, 6년 전의 어느 날, 며칠째 계속 안경이 흐릿하게 보여 닦고 써보기를 반복해도 변함없기에 안경을 높이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던 필자에게 어느 선배 교수가 했던 말. “원 교수님! 안경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이제 원 교수님도 노안이라 그런 거예요.”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노안이라니! 내 나이 이제 막 50세가 넘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랬다. 안경은 너무도 깨끗했고, 필자 눈의 나이가 문제였다. 필자보다 몇 살 적은 아내가 몇 년 전 필자가 겪은 일을 요즘 하는 것을 보며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폈지만, 실망할 아내 얼굴이 그려져서 그때 선배 교수처럼 노안 때문이라고 말해주지는 않았다.

‘올드 보이’는 원인 모르게 15년간 감금됐다가 사회로 돌아온 최민식(영화 속 오대수) 씨가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잘 그린 영화로 평가받는다. 올드 보이는 남자 중·고교 재학생인 영 보이(YB)에 반대되는 졸업생(OB)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나이 들어 한물간 사람을 빗대기도 한다. 영화 제목으로서 올드 보이는 아마 15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어느덧 중년이 되어 나타난 주인공 남자를 뜻하는 것이리라.

늙어가고 있는지 인식조차 못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노안이 와서 자신의 늙음을 인식하게 된 필자와 아내 모두 올드 보이 최민식 씨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적 유교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을 공경하는 미풍양속이 있지만 고령사회가 되면서 법적으로 노인 대우를 받는 65세가 되어도 노인 시설에 가면 아직 어린애 취급을 받는다 하니 그 정도에 아직 달하지 않은 나이로는 올드 보이라고 하기에 어림도 없다는 시각이 있어 한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마도 미래에 여지없이 올드 보이라는 작위를 받게 될 테니 필자 또래 중년 남녀는 항상 긴장해야 하리라.

우리 정서상 올드는 곧 노인으로 받아들인다. 만 65세 이상인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2017년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2025년이면 노인 인구가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 한다. 아내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5년 뒤에는 10명 중 2명이 올드인 사회가 된다니 솔직히 좀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극단적으로 하나만 생각해보자. 현재 지하철이나 버스에 올랐을 때 노인 우대석이 14% 이상 되는가? 머지 않은 미래에 20% 이상으로 늘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다 보니 노인들 자체 경쟁이 치열하다. 결국 올드들은 자연스럽게 일반인 쪽으로 밀려와 젊어 보이는 이들에게 올드로서 주장을 하게 된다. 아무리 젊었다지만 하루 내내 일이나 공부를 한 후 곤한 몸을 이끌고 귀가하다 보면 피곤이 몰려오고, 빈자리가 있으면 앉아 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닌가? 그런 그들에게 올드들은 무언으로 자리 양보를 압박한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갈등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새 문제로 비화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얼마 전 TV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채비하는 전직 국회위원들, 즉 올드 보이들이 더 젊은 이미지를 배워 와 여기저기 다닌다는 뉴스를 봤다. 또, 오랜 기간 등장하지 않던 코미디언들이 어느 날부턴가 10년 이상 후배들과 같은 프로그램에 등장하고, 수십 년 전 활동하던 가수들 역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통해 모습을 보인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니 누가, 언제, 무슨 일을 하든지 본인 스스로 결정할 문제지만 올드라는 이유만으로 대우받거나 뭔가 거저 얻어질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리 사회는 올드에 대한 맹목적 존경심이 없어진 지 오래됐고, 올드들 또한 이미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가 됐다. 그들에 대한 적절한 사회복지 서비스는 마땅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젊은이와 치열하게 경쟁해서 당당히 대우받는, 그런 건강한 올드 보이의 세상이 되길 기대해본다.

부산가톨릭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3. 3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4. 4“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5. 5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8. 8[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9. 9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10. 10[사설]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1. 1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2. 2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3. 3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4. 4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5. 5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6. 6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7. 7"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8. 8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9. 9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10. 10김지용 중수청장, 또다시 국무회의 참석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4. 4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5. 5강연 통역하고 요금 모니터링…관광·마이스산업 AI 바람
  6. 6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7. 7“임기내 부산 1호 유니콘기업, 기업공개 2건 목표”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27일
  9. 9복권판매점 늘어난다…정부, 우선계약 대상에 14만명 추가
  10. 10농식품부, ‘한우의 날’ 맞아 최대 63% 할인 행사 진행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4. 4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5. 5[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6. 6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7. 7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8. 8“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9. 9법원 “부하직원 횡령, 감독 안 한 상급자 견책 정당”
  10. 10“국제신문 지켜야” 시민단체 대표·원로 29일 법원 앞 선다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3. 3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4. 4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5. 5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6. 6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7. 7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8. 8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9. 9[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10. 10[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어떤 ‘최장수’ 기록
프랑스를 망친 결정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동행명령 외면한 지광스님, 법적 책임 물어야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