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도시에는 사람이 모여든다. 먹고살 밥그릇이 많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인간은 먹고살 수 없게 되면 먹고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땅으로 이동하는 법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통해 변하지 않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인구 이동의 추이를 보면 한 도시의 경제력을 대략 알 수 있다. 인구가 느는 도시의 공통적인 현상은 기업의 증가다. 인구가 느는 만큼 살 집을 지어야 하고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인프라의 핵심은 도로다. 잘 갖춘 새 길은 사람의 이동을 더 자유롭게 한다. 사람은 더 몰려들고 도시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
먹고살 게 적은 도시에는 사람이 떠난다. 경제활동을 할 젊은 층의 이동이 심하다. 그래서 인구 이동을 막는 정책을 펴는 경우가 더러 있다. 도로 개통에 소극적인 게 대표적이다. 그사이에 도시는 자꾸 낙후된다.
최근 경남 김해시와 관련된 뉴스에 이런 생각을 해 봤다. 먼저 비음산 터널 사업을 정부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추진하려 한다는 소식이다. 비음산 터널은 창원과 김해를 잇는 길이 5.9㎞, 너비 20m의 터널 사업이다. 김해시는 창원시와 동일 생활권으로 분류되지만, 경계지점에 불모산과 비음산으로 가로막혀 도로 사정이 나쁘다. 두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는 창원터널 불모산터널 2곳이다. 나머지는 불모산을 우회하는 좁은 도로거나 고속도로다. 그래서 2008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된 게 비음산 터널이다.
하지만 10년이 넘도록 아직도 시공은 고사하고 두 시가 합의조차 못 하고 있다. 창원은 반대하고 김해는 찬성하며 맞서고 있다. 두 시의 이해관계가 다른 탓이다. 용역 결과 비음산 터널 역시 개통되면 창원의 인구 1만여 명이 김해로 이동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직간접 인구 유출분까지 고려하면 8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실제 인구 이동 추이는 용역 결과의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김해시 인구는 9월 말 기준 54만333명으로 지난해보다 6661명 증가했다. 5년 연속 증가다. 특히 부산과 창원에서 각각 3769명, 2494명이 이동했다. 상황이 이러니 인구 100만 명 이상 특례시를 추진하는 창원시로서는 비음산 터널 사업을 더더욱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사람의 이동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 나은 밥그릇을 보장하는 곳으로 옮겨가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첨단기업 유치 등 산업구조의 재편이 중요하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