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리를 비운 아시아·태평양 지역 자유무역지대에서 중국이 맹주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체결되면서다. RCEP는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 주도로 이뤄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추진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TPP에서 탈퇴한 틈을 비집고 체결됐다는 점에서 중국의 경제 패권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RCEP는 미국 우선주의를 견제하는 한편 세계시장에서 다자간 자유무역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와 관련해 “다자주의를 결연히 수호하고, (미국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도 이행해 저탄소·녹색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7차례에 걸쳐 아세안·인도지역을 순방하며 신남방정책의 주춧돌을 놓은 바 있다.
그 기회의 상당 부분을 동남권(부산·울산·경남) 기업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BNK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동남권의 대아세안 교역 규모는 2000년 62억 달러에서 2018년 250억 달러로 연평균 8.1%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9월까지 전국적으로는 대아세안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2.1% 줄었지만, 동남권은 12.2%나 늘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동남권의 2위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부산시와 부산상의는 아세안과의 교역 확대를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류에 관심이 높은 고소득층과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판매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BNK금융연구소의 보고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는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가 그 전략의 첫 단계다. 부산이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이 맞닿는 전략적 요지임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입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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