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1969년 국민투표 패배로 권좌에서 물러나자 고향 콜롱베의 사저로 내려갔다. 한적한 시골이라 그의 집은 늘 적막감에 싸였다. 외부 방문객마저 멀리했으니 더 그랬지 싶다. 칩거한 그는 하루 대부분을 회고록 집필로 보냈다.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도 1990년 사임 이후 런던 교외의 작은 집에서 조용하게 살았다. 3만4000달러 연봉과 방탄 승용차, 몇 명의 경호원 등이 그에게 주어진 전부였다.
그에 비해 우리 역대 대통령의 사저는 좀 시끄러웠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서울시가 그의 연희동 사저 옆 땅을 매입해 녹지대로 만든 게 논란을 빚었다. 당시 그의 집을 두고 ‘연희궁’이란 말이 회자됐고, 웃지 못할 해프닝도 빚어졌다. 인근 도로(연희로)의 노면 표지를 새 단장하면서 페인트공이 실수인지 그만 ‘연희궁로’라고 적은 것이었다. 그 사진이 신문에 실리자 사람들은 혀를 찼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퇴임을 앞두고 그의 연희동 사저 증축 공사가 진행됐다. 대지 132평 사저에서는 살기가 비좁다는 이유에서다. 전임자 사저의 녹지공간 조성에 28억 원을 투입했던 것보다는 그나마 작다는 지적이 쓴웃음을 낳았다.
김대중(DJ) 대통령 때는 ‘아방궁’ 소동이 벌어졌다. 야당의 원내총무가 DJ의 경기도 일산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표현하자 여당은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공격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같은 수난을 겪었다. 김해 봉하마을 사저에 대해 상대 정당이 아방궁이라고 공격한 것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5월 그걸 두고 “야비한 짓이다. 지금도 용서가 안 된다”고 말했다. 봉하 사저는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지난해 5월 1일부터 상시 개방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한 양산시 매곡동 일대에서 개발 붐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청와대의 내년 예산에 사저 경호를 위한 시설 조성비가 편성된 데다, 모친의 묘소도 양산에 마련된 영향이 크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 매곡동에 정착하면, 봉하마을처럼 관광지로 부상할 거라는 기대감이 반영됐을 터다. 청와대 대변인은 그의 퇴임 후 거주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 홍은동 사저는 이미 지난해 초 팔았으니 아무래도 양산행에 무게가 실려 보인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예우는 사저의 크기나 호화로움에 달린 게 아니다. 그가 재임 기간에 어떤 정치를 펼치고 성과를 냈는지 그리고 퇴임 후 어떤 생활을 영위할 것인지에 달렸을 듯하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