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이 특정 국가나 지역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헌신할 가치’의 유무입니다.”
지난해 초로 기억한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 기업인 FRA(First Rock Associates Limited)의 피에트로 도란(Pietro Doran) 회장을 만났다. ‘기업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요소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해당 지역의 경제 및 입지 여건과 투자 이후 시너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비보도를 전제로 이런 말도 덧붙였다. “외국계 기업 입장에서 볼 때 한국 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투자 환경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도란 회장의 발언을 언급한 이유가 있다. 그가 한국 투자 환경의 불균형 문제를 지적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외투)의 수도권 편중은 일부 수치만 봐도 그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의 외투 유치 실적(총 172억500만 달러) 중 83%에 달하는 143억4700만 달러(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 국정감사 자료)는 서울 인천 경기 3곳에 집중됐다. 부산은 1%대에 불과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외투 유치 실적은 2017년 1억6541만 달러에서 지난해 7876만 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문제는 수도권 편중을 해결하려는 정부 정책이나 의지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보도자료에서 “지난 3분기 외국인 직접 투자 총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늘었다”며 “이는 지난해 2분기 이후 (분기 기준) 첫 증가세”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는 지역 간 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등의 내용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해당 자료를 자세히 보면 지난 3분기에도 외국인 직접 투자액은 대부분 수도권에 편중됐다.
비수도권의 외투 유치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데에는 해당 지역 내 주력 산업 부진과 지리적 여건 등 여러 이유가 있다. 부산 울산 경남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것도 조선 자동차 등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국감에서 다수 의원이 ‘해법’을 제시한 것처럼 비수도권 투자 환경 개선과 주력 산업 활성화, 나아가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속도를 내야 한다.
세종본부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