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은 늘 붐빈다. ‘할 말 있는 많은 사람’이 국회를 찾기 때문이다.
발언시간이 15분으로 제한된 정론관 회견을 얻어내려는 마이크 전쟁은 치열하다. 11일 하루 동안 국회 정론관에 예정된 기자회견만 5건이었다. 이날 첫 기자회견은 오전 9시10분. 오후 1시부터는 30분 단위로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여기에 당 대변인의 갑작스러운 현안 관련 브리핑 두세 건까지 더하면 정론관은 만실이다.
정론관이 인기있는 이유는 기자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 출입 기자만 1700여 명이고, 정론관 브리핑실 기자 좌석 80여 석은 항상 꽉 찬다. 할 말 있는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알리기 위한 최적의 장소다.
정론관에 아무나 설 수 있는 건 아니다. 우선 국회의원 혹은 당 대변인·부대변인만 정론관 사용을 신청할 수 있다. 시민단체가 정론관을 이용하고 싶다면 국회의원을 통해 사용을 신청하고,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장까지 동행해야 한다. 정론관에 설 수 있는 발언자들은 사정이 나은 편인 셈이다.
마이크마저 없는 사람들은 국회 밖을 배회한다. 낙태 반대 시위부터 해경 예산 삭감 반대 1인 시위까지 다양한 사람이 국회 밖에서 직접 마이크를 든다. 그러나 국회 밖 마이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는 낮다. 한국판 홀로코스트라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태의 피해생존자 최승우 씨는 지난 7일 국회 정문에 있는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캐노피에 올라 고공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최 씨가 2017년 11월 7일 국회 정문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한 지 2년째 되는 날이었다. 2년간 최 씨의 요구는 하나였다. 바로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이다.
진상규명의 첫 단추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법 개정안 통과다. 과거사위법은 지난달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지만 통과는 미지수다. 자유한국당은 조사위원 구성 관련 조항을 수정하자고 요구하는데, 법제사법위원장이 한국당 소속이다.
20대 국회가 5개월 남았다. 할 말 있는 수많은 사람이 국회를 오고 간다. 그러나 듣는 이 없는 국회 밖 사람들은 여전히 국회 언저리를 계속 맴돈다. 과거사위법 통과가 좌절되면 최 씨의 국회 농성이 또 얼마나 길어질지 기약이 없다.
서울정치부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