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홍콩 사태’라는 변수가 또 다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범죄인 인도법을 둔 갈등에서 시작된 홍콩 사태는 표면상 중국과 홍콩의 정치적 대립으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이 사태의 이면에는 100년 넘게 서방의 자본주의에 익숙했던 홍콩인들이 중국의 사회주의적 정치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50년간 자치가 허용됐지만, 벌써 절반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니 홍콩인들이 가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본토와 홍콩인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극렬한 대립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홍콩의 상황이 세계경제 전반에 또 다른 잠재적 위험이라는 것이다. 첫째는 홍콩 사태 이후 홍콩의 자산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점이다. 홍콩 사태가 불거진 이후 홍콩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 자금은 1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관광수입이 반 토막 났고 서민경제도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홍콩 달러의 가치도 올 들어 20% 가량 폭락했다. 둘째는 외국자본의 탈홍콩이다. 홍콩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상당수 외국 투자자들은 근거지를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대만, 필리핀으로 이동하고 있다. 외국자본의 이탈은 앞으로도 더 두드러질 공산이 크다. 셋째는 중국과 홍콩의 갈등 상황은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입장에선 홍콩을 완전 굴복시키지 못하면 정부의 지도력에 타격을 입게 되고, 홍콩인은 굴복하는 순간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홍콩리스크는 이런 현실에서 출발한다. 결국 홍콩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막대한 외환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이미 막대한 외화를 홍콩에 투입하는 바람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정부에 요구한 농산물 수입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중국 정부의 외환보유고가 최근 몇 개월 사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관측도 오간다. 중국 정부로선 미중 무역분쟁 이후 급격히 하락한 제조업과 건설, 유통 부문 내수 경기 하락을 타개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 투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홍콩사태까지 겹쳐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문제는 이런 중국과 홍콩의 재정 상황이 국제자본시장에 서서히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20년 전 홍콩 반환을 앞두고 세계 핫머니 투기자본이 홍콩을 상대로 외환 투기전쟁을 벌였던 적이 있다. 당시 소로스, 아이칸과 같은 헤지펀드가 대거 홍콩을 상대로 투기에 나섰다가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수백억 달러를 잃으면서 완패했다. 절치부심해온 이들 투기자본의 입장에선 홍콩의 현 상황이 최고 호재다.

중국 정부가 홍콩을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판단이 서면 헤지펀드는 서슴없이 홍콩 자본시장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세계 자본시장에선 거대한 헤지펀드 세력이 홍콩을 겨냥해 움직이고 있다는 말도 돈다.

홍콩이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자본 시스템이 붕괴하거나 중국의 외환보유액에 이상 조짐이 구체적으로 감지되면 이는 세계경제에 크나큰 재앙이 될 수 있다. 특히 사드 사태 이후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로 체력이 약해진 우리 경제로선 중국과 홍콩의 위기상황은 핵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년 전 한국경제를 위기에 빠트린 외환사태가 우리 재벌의 과도한 부채에서 비롯된 내부 문제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벌어진 환율 폭락이 원인이었다.

우리로선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아진 중국이나 홍콩이 위기 상황에 빠지면 외환위기 당시보다 충격의 강도는 훨씬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홍콩사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이처럼 중국과 홍콩의 잠재적 위협이 커지고 있음에도 정부나 기업이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말은 없다. 정치권도 총선을 앞두고 정쟁에 몰두하면서 코앞에 다가온 경제위기는 간과하고 있다. 정작 위기상황이 닥치고 나서 허둥지둥하기 보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 외환보유액과 기업의 재무 상황 점검은 필수다. 중국과 홍콩의 갈등은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으니 홍콩발 경제위기는 시간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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