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렸던 민화 전시회에 나온 작품 중에서 전에 보지 못하던 특별한 문양이 등장하여 화제가 됐다. 한국 미술에 이렇게 독특한 문양이 있었느냐며 많은 사람이 환호했다. 이 양식의 문양은 마치 밀교(密敎)의 만다라(曼陀羅) 문양 같기도 하고, 서양의 화려한 아르누보(Art Nouveau) 문양 같기도 했다. 이 문양이 화제가 된 것은 그동안 한국 미술사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매우 현대적이고 독특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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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화 전시회에 나온 독말풀 만다라 문양. |
당시 전시회 도록에는 이 작품 내용을 ‘나팔꽃’이라 설명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아는 나팔꽃과는 너무나 달라 ‘나팔꽃’이라 생각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감자 꽃’일 것이라 추정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팔꽃과 감자 꽃이라는 추정은 의문에 대한 답이 되지는 않았다. 필자는 여러 방면 전문가에게 문의한 후 이 문양이 일반적인 나팔꽃 문양이 아니라 ‘천사의 나팔꽃’이라는 예쁜 별명으로 불리는 ‘독말풀’이라는 풀의 꽃문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름도 생소한 ‘독말풀’이 한국 민화의 문양으로 나타났을까? 자료를 조사해 보니 독말풀은 열대 아메리카에서 귀화한 식물이며, 독말풀 중 ‘흰 독말풀’은 열대 아시아에서 귀화한 식물이라고 한다. 두 종 다 생명력이 강해 우리나라 생태계를 교란하는 유해 식물로 분류돼 있다. 유해 식물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은 유입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입되지 얼마 되지 않은 식물이 조선 시대 사람들과는 어떤 관계가 있어 문양 그림으로까지 유입된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그 해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림 속 독말풀은 열대 아시아에서 귀화한 ‘흰 독말풀’이었고, 그 답은 독말풀의 한자 이름에서 알 수 있었다. 중국에서 독말풀은 ‘만다라(曼陀羅)’라고 한다. 잎은 ‘만다라 잎(曼陀羅葉)’이라 한다. 또한 꽃은 오엽 나팔관 형태로 ‘만다라화(曼陀羅花, 曼茶羅花)’라고도 부른다. 독말풀에서 개량된 ‘흰 독말풀’은 ‘목만다라(木曼陀羅)’라 불린다. 이러한 이름과의 관계를 보면 중국 밀교에서 꽃문양으로 쓰인 것은 나팔꽃이 아니라 흰 독말풀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민화에 나타난 흰 독말풀 문양은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 여러 상황을 미루어 추정해보면 조선 후기 밀교가 수입되며, 항간에 만다라가 유행하면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특히 중국 남방 문화가 유입되며 이런 특별한 문양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니 이 문양은 조선 후기 조선 사람들이 향유하던 보편적 문양이라기보다는 은밀히 유행한 밀교의 흔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