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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실수 최선의 대응은 시인 /권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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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11-12 19:32:0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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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많이 하고 적게 하고 차이가 있지만, 누구든 실수한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사람이 너무 실수를 하지 않으면 인간미가 없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수 자체는 결코 권장할 만한 것이 아니다. 실수할 경우 치명적 사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과 관련된 부문에서 실수를 하면 큰일이 날 수 있다. 그래서 시스템상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고, 실수하더라도 알려지게 하고, 알려지는 즉시 안전을 담보할 장치가 돼 있다. 의사의 실수도 그러하다. 뇌수술을 집도하는 외과의사가 수술 중 졸면 큰일이다. 법조인의 실수도 마찬가지다. 검사가 사실관계 파악을 잘못해 무고한 사람을 기소하거나 재판관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 무고한 사람에게 중형을 선고하면 안 된다. 그런 판결을 선고받은 사람의 변호인이 항소기간을 놓쳐 잘못된 판결이 확정되도록 해도 큰일이다. 언론도 실수한다. 오보(誤報)가 대표적이다. 오보는 단순 오보로 끝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개인 명예를 훼손하고, 기업 신용을 망치며, 때에 따라 개인의 생명을 앗아가고,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이 실수하지 않기 위해 아무리 노력하고, 실수를 시정하는 시스템을 아무리 갖추어도 실수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 결과로 치명적인 사태가 생기기도 한다. 그 경우 실수한 개인을 처벌할 것인가? 발생한 결과를 중시하면 그 개인을 가혹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반면, 일부러 그러려고 한 것이 아니고 문자 그대로 실수일 뿐이니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대부분 나라는 양자의 중간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법률적 용어로 실수에 대응하는 말이 과실(過失)이다. 과실에 반대되는 말은 고의(故意)다. 미국은 고의도 약한 고의와 중한 고의로 구별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살인도 고살(故殺)과 모살(謀殺)로 구분된다. 후자가 더 무겁다. 흔히 1급 살인이라 하는 것은 모살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고의의 종류를 구분하지는 않고 다만 과실이 중하면 중과실(重過失)이라 하여 보통의 과실과 구별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복잡한 용어설명은 그만두고, 필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과실은 고의보다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루어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고의가 없기 때문이다. 실수는 누구나 하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 질서 유지와 사회 구성원의 안전 보장이 강조되면서 선진국, 특히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대국(大國)의 경우 과실에 대해서도 점차 엄격해지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그래야 실수를 줄이기 때문이다. 과실에 관대하면 덜 조심하게 되고, 덜 조심하면 사고는 는다. 노력하고 애쓰면 과실은 준다. 대부분 프로 스포츠는 선수 기량이 중요한데, 그 기량 중 상당 부분은 실수를 줄이는 능력에 있다. 이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노력하고 애썼는데도 실수해서 안 좋은 결과가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특히 내가 실수를 했는지 남이 모를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그 경우 실수한 사람은 유혹에 빠진다. 실수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려는 유혹이다. 특히 전문가는 이런 유혹이 크다. 실수가 드러나면 언론보도로 망신당하고, 면허나 자격까지 정지·박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한 전문가들의 은폐 역사가 인류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보통 사람도 같은 유혹에 빠진다. 캄캄한 밤 자동차를 몰아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잠깐 방심한 탓에 사람을 친 경우를 상정해 보자. 본 사람이 없다고 생각되면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오해가 없기 바란다. 이 상황에서는 유혹에 빠져서도 안 된다. 무조건 구호조치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폐쇄적 사회, 아날로그적 사회에서는 은폐가 통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제 그렇지 않다. 실수한 경우 최선의 대응은 솔직히 시인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예상과 달리 쉽게 해결되는 것이 보통이다. 피해자도 가해자가 솔직히 시인하면 쉽게 용서한다. 실수를 은폐하는 순간 더는 실수가 아니다. 용서받기도 힘들다. 오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되, 오보를 솔직히 시인하는 언론이 진짜 언론이다.

변호사·법무법인 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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