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수능 성적 100%를 반영하는 대입 정시모집을 확대할 것을 언급하면서 교육부와 일선 대학은 물론 학부모와 학원가도 야단법석이다. 현행 30% 이하의 정시모집은 앞으로 40~5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언급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상당수 학부모는 사교육 과열 등 여러 문제점이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시의 확대를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도 대입제도 공론화위원회가 있었고 결론은 대체로 정시의 확대였다. 하지만 정부와 교육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며 정시를 소폭 늘리는 것으로 갈음했다. 그러다 최근 ‘조국 사태’로 불거진 그의 딸 입시 비리 의혹으로 수시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다급히 정시 확대로 대입 정책의 프레임을 전환하는 모양새다.
특히 문제가 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시행 때부터 논란이었다. 내신 성적과 다양한 학교 활동 등을 적는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정성평가를 하는 학종은 부모 경제력과 정보력, 인적 네트워크가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많았고 조국 사태를 통해 사회 고위층의 ‘스펙 품앗이’가 사실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또 ‘숙명여고 쌍둥이 성적 조작’ 사건에서 나타났듯 내신성적 산출의 공정·형평성에서도 많은 문제가 지적됐다.
우리 증시에도 학종 못지 않게 시장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는 제도가 공매도다. 없는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투자 방법인 공매도는 시장이 과열돼 증시가 고평가됐을 때나 향후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해당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가가 내려가면 이를 되사들여 상환한다. 학종처럼 공매도 역시 순기능을 갖고 있다. 증시 과열을 식히고 고평가된 주식이 적정 시장 가격을 찾아가도록 조정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제도의 취지를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학부모가 학종 축소를 요구하는 것처럼 수많은 개인투자자(개미)도 지난 수년간 금융당국에 공매도 폐지 또는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공매도가 투자 리스크를 분산하는 헷지(hedge) 수단보다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폭락시켜 이득을 취하는 편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외국인과 사모펀드 등 증시에 영향력이 큰 기관 투자자의 ‘놀이터’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지난해에는 현행법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행위)를 하다 적발된 골드만삭스가 75억 원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서 무차입 공매도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증권가의 속설을 입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코스피지수가 2008년 2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10년 넘도록 2000선 안팎에 갇혀 있는 ‘박스피’가 된 데에는 공매도 탓이 크다는 주장도 한다. 자금력이 월등한 기관 투자가가 선물시장에서는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에 사들이고 현물시장에서는 주식을 공매도하면서 우리 증시가 ‘외국인의 ATM(현금인출기)’으로 전락했다는 조소가 나온 지는 오래된 일이다.
최근 우리 증시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맥을 못 추는 것이 전적으로 공매도의 탓은 아니겠지만, 개미의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만은 확실하다. 개미가 공매도를 위해 대차거래(주식을 빌리는 것)를 하기에는 자금력을 비롯해 여러 한계가 많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국내 증시의 공매도 거래대금 27조4000억 원 가운데 개미 비중은 1% 남짓일 정도로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자사주 매입 등 주주 보호책을 적극적으로 펴는 것도 아니다. 발 빠른 개미들은 가망이 없는 코스피·코스닥을 떠나 미국의 다우·나스닥으로 향하는 ‘증시 엑소더스’마저 일어나고 있다.
논란에 선 학종을 전면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시와 비중을 조절해 입시의 균형감을 잡자는 것이 많은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다. 개미도 공매도를 완전히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강화해 우리 증시를 건전성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공매도 규제 강화 요구에는 미온적인 태도다. 공매도의 순기능만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다.
학종과 공매도, 어딘가 닮지 않았는가.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