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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칼럼] 기생충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14 19:21:2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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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재미있는 영화 하나가 개봉했다. ‘기생충’이다. 천만 명이 넘는 많은 사람이 관람했다. 나도 보았다. 영화니까 복잡한 생각 없이 그저 즐기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영화로 인해 생각이 많아졌다. 도대체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얼핏 보면 가난한 사람이 부자를 응징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를 꼼꼼히 뜯어보면 내용의 해석이 사뭇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이 영화의 제목을 생각해 보자. 왜 기생충일까? 기생충이란 숙주의 몸속에서 영양을 뺏는 벌레를 말한다. 영화제목이 음습하다. 하지만 감독은 의도적으로 이 제목을 붙였다. 왜 그랬을까? 기생충이라는 제목을 붙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 반대편에 숙주가 있음을 암시하기 위해서다.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등장인물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 네 종류의 사람이 나온다. 일단 숙주가 나온다. 잘사는 가족이다. 숙주를 빼면 세 종류 사람이 나온다. 하나는 영화 주인공으로 나오는 매우 가난한 가족이다. 다른 하나는 가정부 가족으로, 숙주의 집 비밀 지하실에 남편을 숨겨놓고 생필품을 훔쳐 몰래 부양한다. 또 다른 사람이 나온다. 숙주의 운전기사로 정당한 급여를 받으며 생활하는 사람이다.

영화 내용은 이렇다. 매우 가난한 기생충 가족이 어느 날 숙주에게 접근하게 된다. 숙주의 딸에게 과외를 하던 일이 기생충 가족의 아들에게 넘어오면서다. 아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자기 가족이 차례대로 숙주의 집으로 들어가도록 돕는다. 이 와중에 숙주의 운전기사가 피해를 입었다. 기생충 가족이 파놓은 덫에 걸려 운전 일을 딸 아버지에게 빼앗겨서다. 숙주 집에서 가사를 돌보던 가정부와 그 남편도 치명상을 입는다. 기생충 가족의 엄마가 가정부 일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밀 지하실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던 가정부의 남편이었다. 이로 인해 기생충 가족과 가정부 가족은 생존을 건 대결을 벌이고, 그 결과 가정부 가족은 파탄에 이르게 된다. 이야기는 기생충 가족이 끝내 숙주를 제거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기생충 가족의 아버지는 숙주의 비밀 지하실로 숨어들어 도피하는 삶을 살게 된다.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큰 구조를 보면 돈 있는 자와 돈 없는 자의 이분적 설정이 이야기의 축이다. 부의 차이가 이런 비극을 낳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것은 부자 숙주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 영화의 중심 내용도 다른 세 종류 사람들 간의 역학관계를 다룸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외부에서 들어와 기득권을 뺏는 기생충 가족과 이들로 인해 기득권을 뺏기는 사람들 간의 긴장이 핵심이다. 우선 운전기사를 살펴보자. 이 사람은 사실 숙주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다. 기생충 가족의 등장으로 직장을 잃는 피해를 당한다. 다음은 가정부 가족이다. 이 가족은 또 다른 유형의 기생충이다. 하지만 이들은 숙주를 파괴하지는 않았다. 숙주와 공생관계를 철저히 유지한다. 문제는 새로이 등장한 기생충 가족이다. 이들은 일차적으로 숙주와 협력관계를 맺는 운전기사와 공생관계를 유지하던 가정부 가족을 몰아냈다. 그리고는 종국에는 숙주도 제거했다. 결론이 무엇일까? 숙주, 숙주의 파트너 운전기사 그리고 두 기생충 가족 모두가 파멸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숙주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밥그릇이 깨졌다는 것이다.

영화 말미에 재미있는 대사가 나온다. 기생충 가족의 아버지가 숙주를 죽이고 난 후 다른 기생충 가족들은 아버지가 어디로 숨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아버지가 숙주의 집에 숨었을 것이라고 추론하고 집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집의 외등이 깜박거리는 것을 발견한다. 지하실에 숨어든 아버지 기생충이 언젠가 아들이 볼 수 있을 것 같아 외등 스위치를 조작해 모르스 부호를 타전한 것이었다. 그제야 아들은 아버지가 지하실에 숨어들었음을 알았다. 그러면서 아들은 자신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다짐의 말을 한다. 아버지가 숨어 있는 집을 사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서다. 이 대사의 다른 표현은 기생충 가족의 아들도 숙주가 되고 싶어 한다는 거다.

이 영화를 복잡하게 설명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생태계 속에서 살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어서다. 생태계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서로 의존하며 어울려 사는 공간을 말한다. 자연이 대표적인 생태계다. 많은 동식물이 서로 연관을 가지며 산다. 이들 간에는 먹이 경쟁을 하는 관계도 많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도 생태계를 설정하고 있다. 비록 구성원은 많지 않지만 이들 역시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생태계 속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난한 기생충 가족이 이 생태계를 파괴한다. 그렇다고 이 가족이 승자가 된 것이 아니다. 자신들을 포함하여 모든 생태계 구성원이 패자로 전락하였다. 생태계 자체가 사라진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모티브를 기생충으로만 국한할 필요는 없다. 숙주라는 영화도 만들 수 있다. 숙주와 파트너 그리고 기생충이 살아가는 생태계에서 이번에는 숙주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내용으로 만들면 된다. 실제 그런 일이 사회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숙주가 자신들을 돕는 건전한 파트너나 공생관계에 있는 기생충들을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쫓아내고 이것의 결말로 생태계가 망가지는 일이 매스컴에 보도되기도 한다. 그 어느 영화가 되었든 우리는 상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여야 한다. 가난한 기생충이 부자를 제거하는 것이나 부유한 숙주가 자신을 돕는 파트너 또는 공생적 기생충을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면 그 결과는 생태계 붕괴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런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부자와 가난한 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경영자와 종업원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해 있다. 이것이 극단으로 흐르면 불량 기생충과 불량 숙주가 태어날 수 있다. 이들의 역할은 생태계를 깨뜨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이라는 사회 전체도 붕괴할 수 있다.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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