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들 정도로 성공적’이란 뜻으로 ‘현상적’(phenomenal)이란 표현을 쓴 학자들이 있다. 시쳇말로 핵·킹·짱이 딱 들어맞는 말이다. 대한민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정치·경제·문화적 관계 발전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아세안은 1967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5개국이 결성한 지역기구로 출발했다. 베트남 전쟁이 격화하던 시기다. 서로 협력해 전쟁의 위협을 극복하고 지역 안정을 달성하자는 취지였다. 1984년 브루나이에 이어 1990년대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가 가입하며 10개 회원국 체제를 갖췄다. 인구 6억5000만 명과 5%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2030년엔 세계 제4위 경제권 부상을 노린다.
우리나라는 1989년 11월 2일 아세안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30년 만에 아세안은 우리나라의 2대 경제협력 파트너이자 1위 인적 교류 파트너가 됐다. 1989년 82억 달러이던 우리나라와 아세안 간 교역액은 지난해 1599억 달러로 급증했다. 지난해 한국인 800만 명 이상이 아세안 국가를 찾았으며, 이들 나라 국민 200만 명 이상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류’가 더해져 한국과 아세안은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외교관계도 심화 발전했다. 1898년 부분 대화관계, 1991년 완전 대화관계, 2004년 포괄적협력동반자관계에 이어 2010년 전략적동반자관계로 격상했다. 외교관계 30주년을 기념해 오는 25일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린다. 역내에서만 정상회의를 하는 아세안의 원칙에 따라 ‘특별’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올해 한·메콩 정상회의가 더해졌다. 2011년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이후 장관급 관계를 정상급으로 격상한 첫 회의다. 베트남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5개국이 참여한다. 총길이 4900㎞에 이르는 메콩강은 ‘어머니의 강’이다. ‘한강의 기적’처럼 이들 나라는 ‘메콩강의 기적’을 꿈꾼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더불어 한·메콩 정상회의는 메콩강의 기적을 앞당기며 우리의 신남방 정책이 만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가 이런 내용을 담은 ‘한·아세안 외교 30년을 말하다’는 책을 펴냈다. 대아세안 외교 업무를 직접 다루었던 전·현직 외교관과 학자 34명이 글을 썼다. 오는 18일 오후 2시 부산시청에서 이 책 출판을 기념하고 두 정상회의를 축하하는 북콘서트가 열린다. 필진으로 참여한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다. 아세안이 우리 곁에 있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