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훨씬 전에 우리 집 마당에서는, 유명 만화책을 보고 이름을 코리라고 불렀던 잡종개 한 마리를 키웠다. 어느 날 코리가 쥐약을 먹고 죽었고 어린 마음에 그 처리 방법을 놓고서 심하게 고민했다. 이웃 형이 마침내 포장해 바다로 띄워 보냄으로써 고민은 ‘해결’됐다. 그 뒤로 우리 집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고 있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이라 해서 마당이 아니라 대부분 거실이나 방안에서 키운다. 그런 대표적인 반려동물은 개와 고양이다. 특히 고양이는 애완동물로서 조선 중기 왕실에서도 길렀다고 전해지며 더 멀리로는 가야 토기에까지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실내에서 사람의 보살핌을 받으며 사는 고양이만큼이나 길거리를 마냥 헤매면서 음식물을 구하는 길고양이 수도 무시할 수 없이 많다. 전 세계에 약 5억 마리 고양이가 살고 있다고 추산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사는 고양이의 3분의 2 정도는 길고양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길고양이에게는 치사율이 높은 질병인 고양이 백혈병,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고양이 면역결핍바이러스 등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개가 사냥을 도우면서 사람과 가까워졌다면 고양이는 곡식을 좋아하지 않으니 곡물 저장 창고의 쥐와 새를 쫓아내면서 곡식을 지켜준 고마운 동물로서 사람과 가까워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옛날에 개와 고양이는 사냥을 돕거나 쥐와 새를 잡으면서 사람과 가까워졌는데 그런 행동이 지금은 다른 측면에서 사람의 칭찬을 받고 있다.
포유동물인 고양이는 기온 차에 따라 호르몬을 변화시키고, 신진대사와 음식 섭취에도 변화를 준다. 고양이는 겨울철에 식욕이 가장 왕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길고양이에게 겨울철은 배고픔에 허덕이는 계절이 될 것이다. 오늘날 길고양이 수가 많아진 요인을 본다면 번식력과 함께 도심 재개발 등이 상당히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최근 보도를 보면 세계 주요 도시들이 쥐 때문에 크게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겨울철에도 쥐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번식하다 보니 급증한 쥐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도 버려진 음식물 탓에 많은 쥐가 나타났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쥐들의 ‘킬러’이자 천적인 길고양이를 활용해 큰 성과를 올린다는 보도도 있다.
부산은 바닷가, 하천변, 산기슭 등에 관광객과 행락객이 늘어나면서 지저분한 음식물 찌꺼기가 많이 버려진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음식물을 찾아 도심 주택가를 배회하는 길고양이가 많아질 것이다.
유럽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많다는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이 있다. 이것을 먹은 쥐의 몸에서 부화하고, 길고양이가 이 쥐를 잡아먹게 되면 고양이 몸에서 성충으로 자란 톡소포자충이 배변으로 나오게 된다. 최근에 우리나라 사람도 톡소포자충 감염률이 상승 추세라고 한다.
감염된 고양이는 날마다 이를 많이 배설하는데 흙이나 물속에 잠복해 있다가 사람에게도 옮겨질 수 있다.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해도, 오염된 채소나 감염된 고양이 배설물에 심하게 노출된 사람은 톡소포자충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드물지만 시력 저하, 심근염, 폐렴 증상과 신경 침범으로 인해 안면마비 또는 전신마비 등이 올 수도 있다.
고양이 키우기나 길고양이와의 만남을 겁낼 일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길고양이 숫자는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환경 속에 음식물 찌꺼기가 풍부한 낡은 시장통과 빈집, 춥지 않은 하수도나 배수관에서 쥐들이 아예 사라진 것도 아니고 사라질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뭔가 더 연구하고 대책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숨쉬는 동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