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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2세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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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운위되는 ‘합법 속의 불공정’을 정치쪽에서 찾자면 세습정치인이 빠지지 않는다. 이들은 선대의 후광으로 남보다 훨씬 유리한 출발선에 선다. 우리보다 선거 역사가 긴 일본에는 중의원이든 참의원이든 당선인의 최소 20%, 많게는 40%가 정치인 가문 출신이다. 아베 신조 총리 자신이 3세 정치인으로 할아버지 아베 간, 아버지 아베 신타로가 모두 야마구치현 중의원을 지냈고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외조부다. ‘포스트 아베’로 주목받는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은 아버지 고이즈미 전 총리에 이어 4대째 정치 가업을 잇고 있다.

우리나라도 2세 정치인이 적지 않다. 18대 국회엔 10명, 19대는 14명, 20대는 15명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 19대 땐 서울 중구의 민주당 정호준 의원이 할아버지 정일형, 아버지 정대철의 뒤를 이은 3세 정치인이었다. 내년 21대 총선에는 2, 3세 정치인의 출마 예상자가 20~30명에 이른다는 관측도 있다. 6선인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도 그중 한 명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공수처 설치 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문 의장이 서두른 배경에 아들의 공천 문제가 있다며 홍준표 씨가 직격탄을 날렸다. 그런데 문 의장은 “출마는 아들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부산 금정구의 자유한국당 3선인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국당 3선 이상 중진 중에선 6선의 김무성 의원 이후 처음이다. 부친인 고 김진재 의원도 금정구에서 내리 5선을 한 후 17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택했다. 김 의원은 “서로 손가락질은 하는데 막상 그 손가락이 자기를 향하지는 않는다”며 당의 발전적 해체와 중진 동반 사퇴를 촉구했다. 이로써 영남권 보수 2세 정치인 3인방(김무성 유승민 김세연) 중 두 사람이 같은 선택을 하는 모양새다.

김무성 의원이나 유승민 의원에게 곡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들 3인방이 여느 정치인보다 꽃길을 걸은 금수저 정치인 건 주지의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3명 모두 박근혜 탄핵 주도나 찬성 쪽에 서며 “좋은 말은 할 줄 알아도 여론에 맞서지 못하는 도련님 정치인의 한계”란 비난을 보수 측으로부터 들어야 했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다소 의외다. 지역구 입지가 탄탄하고 대외 이미지도 나쁘지 않기에 더 그렇다. 그러나 일으킬 파장은 결코 작지 않을 듯하다. 김 의원의 선택이 자기희생의 결단이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든, 그의 정치 인생에 결코 마이너스가 되진 않을 것 같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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