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니가 가라, 험지’

한국당 초재선·중진 간 험지 출마 둘러싸고 갈등, 20대 총선 때 구태 되풀이

김세연 의원 고언 새겨 ‘역사의 민폐’로 남지 않길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여야가 본격 총선 체제에 들어가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거론되는 말이 있다. 이른바 ‘험지 출마론’이다. 요즘이야 예전처럼 깃발만 꼽아도 당선될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특정 당에 유리한 텃밭이 어느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텃밭이 아닌 험지에서 얼마나 많은 성과를 이뤄내느냐가 큰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유례가 드물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해온 여야 모두에 내년 총선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그런데 최근 험지 출마론을 대하는 여야의 자세는 사뭇 대조적이다. 요약하자면 공수가 바뀐 모양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수성의 입장이지만 승리를 향한 절박함이 느껴진다. 민주당은 최근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김용진 전 기재부 제2차관, 김학민 전 순천향대 산학협력부총장을 영입하는 입당식을 열었다. 당은 이들을 보수세가 강한 험지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뿐 아니라 대중적 인지도와 전문성을 갖춘 현직 장차관을 대거 추가로 험지에 차출할 것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성공 여부를 떠나 안정적인 집권 후반기를 보장하고 재집권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고비인 만큼 기선을 잡겠다는 결기가 묻어난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어떤가. 초·재선 의원들은 전·현직 당 지도부가 서울 등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는 솔선수범 정신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재선 의원들 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6선의 김무성 의원도 가세했다. 여기에 중진들이 발끈했다. 당장 홍준표 전 대표는 영화 ‘친구’ 대사에 나오는 ‘니가 가라, 하와이’란 말로 이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자신들이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험지 출마를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중진 험지 출마론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하다”는 이야기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서로 ‘니가 가라, 험지’를 외쳐대며 싸우는 형국이다.

험지 출마론을 둘러싼 한국당의 이런 모습은 기시감이 짙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사태를 빼닮아서다. 당시에도 새누리당 비박계를 중심으로 험지 출마론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다르다면 친박 비박 간 계파 싸움 양상을 띤 점 정도다. 여기에 가만히 있을 친박계가 아니었다. 친박계 의원들은 김무성 대표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맞불을 놓았다. 이 같은 계파 간 공천 전쟁이 빚어낸 20대 총선의 참담한 결과는 익히 아는 바다. 그러고도 4년 뒤 어김 없이 도돌이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긴 험지 출마론을 둘러싼 갈등만 문제일까.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을 둘러싼 해프닝은 그나마 한국당에 다시 기대볼까 하던 중도층의 고개마저 갸웃거리게 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당 지도부는 2차 인재 영입부터는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박 전 대장 영입은 국민 공감 이전에 상식 수준에서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2차 영입부터는 기준과 절차를 보완하겠다지만 얼마나 국민이 공감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역대 총선에서 인재 영입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한국당은 야당이다. 여당으로 치른 20대와는 사뭇 다른 자세로 이번 총선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이 놀랄 만한 물갈이 없이 과거처럼 어정쩡한 자세를 보였다간 승리는커녕 참패나 면하면 다행이다. 당장 지난 총선 때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보인 공세적 전략을 보면 답이 나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멘토였던 김종인 전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할 정도로 파격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후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했고 이들 다수는 당선됐다. 이런 결기가 있어도 모자랄 판인데 한국당은 되레 거꾸로 가고 있다.

그나마 김세연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 지도부에 던진 고언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당내 개혁파로서 무게감 있는 3선 의원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정작 불출마 선언을 하고도 남을 의원들은 꿈쩍도 않고, 당을 바꿔나갈 만한 인물은 불출마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한국당의 현주소다. 오죽했으면 “한국당은 수명을 다했고,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이며,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까지 했을까. 자당 의원의 비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섬뜩한 지적이다.

따지고 보면 자당 의원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 충격적이지, 그간 한국당을 향했던 비난을 감안하면 새삼스러운 내용도 아니긴 하다. 당 지도부와 많은 소속 의원이 애써 여기에 귀를 닫고 있었을 뿐이다. 그저 추락하는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에 편승해 희희낙락하며 자기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뼈를 깎는 쇄신은커녕 ‘니가 가라, 험지’나 외치며 모래알처럼 제 살길만 찾는 당에 표를 줄 유권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더는 ‘역사의 민폐’로 남지 않기 위해 지도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자명하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연제 이마트타운, 트레이더스로 축소해 짓는다
  2. 2비례대표 ‘연동형 캡’ 씌우면 여당은 최소 본전·정의당은 손해
  3. 3해운대 부동산 쇼핑 외국인도 가세
  4. 4제주 올레길 개척한 서명숙, 숨겨진 서귀포 매력 캐내다
  5. 5한국 조선기자재, 블라디보스토크에 새 거점기지
  6. 6검찰, 민정라인 직무유기 조준…청와대 “규정대로 감찰” 강력 반발
  7. 7“칸 초대작은 팔려도 BIFF 상영작은 안 팔려” 아시아 최고 영화제의 위기
  8. 8보수진영 부산발 이합집산 시작됐다
  9. 9부산 소각장 포화, 닥쳐온 쓰레기 대란
  10. 10“황운하 부임 뒤 청와대 지시로 뒷조사 소문”
  1. 1유재수, 뇌물수수 정황의 끝은 어디?…'끝없는 금품요구'
  2. 2한국당,'3대게이트' 파상공세...청와대,"사실아냐"
  3. 3비례대표 ‘연동형 캡(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 의석 최대치)’ 씌우면 여당은 최소 본전·정의당은 손해
  4. 4보수진영 부산발 이합집산 시작됐다
  5. 5문희상 “여야 3당 패스트트랙法 합의 못하면 내일(16일) 본회의 상정”
  6. 6한국당 공관위원장 국민추천에 5000명 거명…黃의 선택은?
  7. 7여당, 현역의원 불출마지역 전략공천
  8. 8부산시 내년 예산 7.9% 늘어난 12조 5906억 원
  9. 9북한 “또 중요 시험”에 미국 비건 방한…엄중한 한반도 속 한미 해법 모색
  10. 10“비례대표 사표 80% 이상 늘어나”…한국당 ‘4+1 선거법’ 저지 여론전
  1. 1연제 이마트타운, 트레이더스로 축소해 짓는다
  2. 2해운대 부동산 쇼핑 외국인도 가세
  3. 3한국 조선기자재, 블라디보스토크에 새 거점기지
  4. 4노후주택 과포화 신평동…최신 주거 트렌드 담은 소형 아파트 선봬
  5. 5[부동산 깊게보기] 정확한 정보 어떻게 취득하고 활용할지가 투자 성패 좌우
  6. 6상장사 중간·분기 배당제 도입 늘었지만 실시율 5%
  7. 7부산대 기계기술연, 기계조합에 분원 설치
  8. 8대우조선, 5년내 처음 해양플랜트 수주…선주는 셰브론
  9. 9파업 갈림길서 다시 마주 앉는 르노노사
  10. 10산단공 ‘스마트 녹산산단’ 변신 앞장
  1. 1호텔버스 화재 발생… 인천 간석동 8층짜리 모텔, 30여 명 병원이송
  2. 2울산 화재, 주유소서 불…남구청 긴급 재난문자 발송
  3. 3상주 영천 고속도로 다중추돌사고… 7명 사망 야기한 ‘블랙아이스’
  4. 4서면 한복판 디지틀조선일보 전광판 해킹당해… 중학생 소행 추정
  5. 5부산 구덕터널 주행 중이던 차량에서 화재…시설공단 “터널 통행 곧 재개될 것”
  6. 6사하구 아파트서 도시가스 누출 사고…주민, 7시간 동안 추위 떨어
  7. 7부산신항 5부두에서 일하던 20대 트레일러에 끼여 숨져…경찰 “과실 여부 등 조사 계획”
  8. 8부산 정관읍 한 공장 화재… 인명피해 없어
  9. 9부산대 강사들, 교원 지위 얻었지만 교수 반대로 총장선거 투표는 못해
  10. 10남구 빵집 화재… 전기 누전 추정
  1. 1 우스만 코빙턴 상대로 타이틀 첫 방어전 할로웨이 아만다 누네스 경기도 관심
  2. 2한국, 중국 상대로 동아시안컵 2연승 도전…생중계는 어디서?
  3. 3 손흥민, 울버햄튼전에서 골로 ‘무리뉴 감독 믿음’ 보답할까?
  4. 4첼시, 홈에서 본머스에 0-1 충격패…’리그 2연패’
  5. 5대한민국, 중국 꺾고 우승에 다가설까... 홍콩전보다 나아진 모습 기대
  6. 69년 만의 7연승 kt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 충만”
  7. 7임성재 US오픈 챔피언 꺾었지만…우승컵은 미국팀으로
  8. 8‘ML도전’ 한국 떠나는 레일리 “롯데서 뛴 5년은 멋진 여행”
  9. 9부산체육지도자협, 우수 지도자 시상
  10. 10첫승 ‘벨’ 울린 여자축구팀, 대만 3-0 격파
국제신문-KLJC 공동 인터뷰
강필구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 "진정한 지방자치 위해 정당공천제 폐지돼야"
국제신문-KLJC 공동 인터뷰
신원철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 “시도의회 인사권독립과 전문인력 도입 절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도시 규제의 경제학
부산의 원도심, ‘문화도시’와 어울리지 않는가
기고 [전체보기]
‘금융중심지 부산’이 나아갈 길 /정지원
실력중심사회로 청년 보듬자 /임찬일
기자수첩 [전체보기]
‘청소년’ 꼬리표 떼는 데 돈 드나 /권용휘
외국인에 농락당한 부산 안전 /김영록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소프트 에듀케이션’ 대안 교육은 꿈일까
‘솔로몬 심판’과 오늘 우리의 송사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사랑방 음악, 더 풍성해지길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피리와 하프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풍산공장 역외이전도 검토해야 /장호정
文 정부, 욕하면서 닮아버렸나 /김태경
도청도설 [전체보기]
LG와 부산
대우로얄즈의 추억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내심(內心)의 소리 듣는 시간
中 ‘문학 한류’ 이끄는 정지용의 울림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채워주는 맛, 스며드는 맛
짬뽕은 역시 빨간 짬뽕
사설 [전체보기]
패스트트랙 강경 대치…여야 대화의 끈 놓지 말아야
55보급창 이전, 정부 팔짱만 끼고 있어선 안 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정의를 갉아먹는 ‘합법적 불공정’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위대한 예술가, 젠틸레스키
인생 2막에 이룬 성공
이홍 칼럼 [전체보기]
기생충
정신 줄 놓지 말고 다시 도전하자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황교안 단식이 남긴 것
‘니가 가라, 험지’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겨울나무
가을! 그 오랜 기억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역사 속의 와인 스타일
와인 패러독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격렬한 파도에 조선 정신을 담다
조선 시대 만다라 문양 민화
  • 사하관관사진공모전
  • 충효예글짓기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