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니가 가라, 험지’

한국당 초재선·중진 간 험지 출마 둘러싸고 갈등, 20대 총선 때 구태 되풀이

김세연 의원 고언 새겨 ‘역사의 민폐’로 남지 않길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여야가 본격 총선 체제에 들어가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거론되는 말이 있다. 이른바 ‘험지 출마론’이다. 요즘이야 예전처럼 깃발만 꼽아도 당선될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특정 당에 유리한 텃밭이 어느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텃밭이 아닌 험지에서 얼마나 많은 성과를 이뤄내느냐가 큰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유례가 드물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해온 여야 모두에 내년 총선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그런데 최근 험지 출마론을 대하는 여야의 자세는 사뭇 대조적이다. 요약하자면 공수가 바뀐 모양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수성의 입장이지만 승리를 향한 절박함이 느껴진다. 민주당은 최근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김용진 전 기재부 제2차관, 김학민 전 순천향대 산학협력부총장을 영입하는 입당식을 열었다. 당은 이들을 보수세가 강한 험지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뿐 아니라 대중적 인지도와 전문성을 갖춘 현직 장차관을 대거 추가로 험지에 차출할 것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성공 여부를 떠나 안정적인 집권 후반기를 보장하고 재집권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고비인 만큼 기선을 잡겠다는 결기가 묻어난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어떤가. 초·재선 의원들은 전·현직 당 지도부가 서울 등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는 솔선수범 정신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재선 의원들 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6선의 김무성 의원도 가세했다. 여기에 중진들이 발끈했다. 당장 홍준표 전 대표는 영화 ‘친구’ 대사에 나오는 ‘니가 가라, 하와이’란 말로 이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자신들이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험지 출마를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중진 험지 출마론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하다”는 이야기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서로 ‘니가 가라, 험지’를 외쳐대며 싸우는 형국이다.

험지 출마론을 둘러싼 한국당의 이런 모습은 기시감이 짙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사태를 빼닮아서다. 당시에도 새누리당 비박계를 중심으로 험지 출마론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다르다면 친박 비박 간 계파 싸움 양상을 띤 점 정도다. 여기에 가만히 있을 친박계가 아니었다. 친박계 의원들은 김무성 대표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맞불을 놓았다. 이 같은 계파 간 공천 전쟁이 빚어낸 20대 총선의 참담한 결과는 익히 아는 바다. 그러고도 4년 뒤 어김 없이 도돌이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긴 험지 출마론을 둘러싼 갈등만 문제일까.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을 둘러싼 해프닝은 그나마 한국당에 다시 기대볼까 하던 중도층의 고개마저 갸웃거리게 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당 지도부는 2차 인재 영입부터는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박 전 대장 영입은 국민 공감 이전에 상식 수준에서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2차 영입부터는 기준과 절차를 보완하겠다지만 얼마나 국민이 공감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역대 총선에서 인재 영입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한국당은 야당이다. 여당으로 치른 20대와는 사뭇 다른 자세로 이번 총선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이 놀랄 만한 물갈이 없이 과거처럼 어정쩡한 자세를 보였다간 승리는커녕 참패나 면하면 다행이다. 당장 지난 총선 때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보인 공세적 전략을 보면 답이 나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멘토였던 김종인 전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할 정도로 파격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후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했고 이들 다수는 당선됐다. 이런 결기가 있어도 모자랄 판인데 한국당은 되레 거꾸로 가고 있다.

그나마 김세연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 지도부에 던진 고언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당내 개혁파로서 무게감 있는 3선 의원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정작 불출마 선언을 하고도 남을 의원들은 꿈쩍도 않고, 당을 바꿔나갈 만한 인물은 불출마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한국당의 현주소다. 오죽했으면 “한국당은 수명을 다했고,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이며,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까지 했을까. 자당 의원의 비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섬뜩한 지적이다.

따지고 보면 자당 의원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 충격적이지, 그간 한국당을 향했던 비난을 감안하면 새삼스러운 내용도 아니긴 하다. 당 지도부와 많은 소속 의원이 애써 여기에 귀를 닫고 있었을 뿐이다. 그저 추락하는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에 편승해 희희낙락하며 자기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뼈를 깎는 쇄신은커녕 ‘니가 가라, 험지’나 외치며 모래알처럼 제 살길만 찾는 당에 표를 줄 유권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더는 ‘역사의 민폐’로 남지 않기 위해 지도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자명하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1960 ~ 70년대 부산 미술은 어땠을까
  2. 2모레 유치원 초1·2 등교…학부모 “이른 것 아니냐” 불안
  3. 3이래도 한물갔다고? 송승준 롯데 불펜 버팀목 자처
  4. 4국세청, 고소득 유튜버 탈세·은닉 ‘현미경 검증’ 나서
  5. 5혈액부족 재난문자 덕에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6. 6[서상균 그림창] '1일 1깡'…
  7. 7뇌물수수 혐의 유재수, 1심서 징역형 집유
  8. 8중국, 홍콩보안법 금주 처리 강행…민주화 시위 다시 불붙다
  9. 9시진핑 “중국 경제 코로나 위기에 끄떡없다…잠재력 충분”
  10. 10[브리핑] 롯데아울렛 29일부터 메가세일
  1. 1PK를 잡아라… 부산 찾는 민주당 당권·대선후보들
  2. 2노동당 중앙군사위 회의 주재한 김정은 “핵 전쟁 억제력 강화”
  3. 3文대통령, 28일 청와대서 여야 원내대표와 오찬 대화
  4. 4해외입양 한인 16만 명에 마스크 37만 장 지원한다
  5. 5당권 쥔 김종인…부산시장 보선 구도 변동성 커진다
  6. 6여권 봉하 집결…권양숙 “많은 분 당선돼 기뻐”
  7. 7문재인 대통령, 28일 청와대서 민주·통합 원내대표와 오찬…협치 재가동
  8. 8김정은 22일 만에 다시 등장…미국 겨냥 “핵전쟁 억제력 강화”
  9. 9김종인 비대위 9명 중 4명 청년·전문가 영입
  10. 10
  1. 1 외국인선원 근로실태조사 강화
  2. 2관리비 내드려요…지역업체 공유오피스의 파격
  3. 3 롯데아울렛 29일부터 메가세일
  4. 4국세청, 고소득 유튜버 탈세·은닉 ‘현미경 검증’ 나서
  5. 5홈웨어 겸 외출복…올여름 ‘원마일 웨어’ 뜬다
  6. 6코로나 경제쇼크 저소득층이 더 혹독…‘긴급지원’ 요건 완화·기한연장 검토
  7. 7금리 낮출까…28일 한국은행 금통위 주목
  8. 8
  9. 9
  10. 10
  1. 1 전국에 비 소식 … 경북 내륙에 돌풍 불고 천둥·번개 예보
  2. 2김해 목재공장서 화재 … 소방, 인근 공장 확산 차단 주력
  3. 3부산시 코로나19 확진자 12일째 ‘0’명 … 누계 141명 유지
  4. 4새벽 해루질에 나섰던 아버지와 아들 숨진 채 발견
  5. 5방역당국, 다음주부터 '어린이 괴질' 감시체계 가동
  6. 6코로나19 신규확진 사흘째 20명대 … 초·중학생 등교하는 2주가 분기점
  7. 7경남 코로나19 1명 추가 확진
  8. 8알 수 없는 이유로 가드레일 들이받고 전복…경찰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 중”
  9. 9고성 삼강엠엔티, 국내 최초 해상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수출
  10. 104개월 만에 경마기수 노조 설립신고 받아들여져
  1. 1롯데 2년차 서준원 '인생투', 키움 2-0 꺾고 '위닝시리즈'
  2. 2이래도 한물갔다고? 송승준 롯데 불펜 버팀목 자처
  3. 36.2이닝 무실점…거인 막내 서준원의 ‘인생투’
  4. 4‘KBO 홍보맨’ 류현진 “한국 경기장은 열광적 파티 현장”
  5. 5손흥민 몸값 866억 원 아시아 1위…일본 해외파 5명 총액보다 비싸
  6. 6
  7. 7
  8. 8
  9. 9
  10. 10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여의도를 움직이는 ‘관계’- 쌓아갈 인맥
21대 국회 대해부
여의도를 움직이는 ‘관계’- 선택한 인맥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기고 [전체보기]
‘바리데기’ 청소년, 그들이 시민이다 /이진숙
코로나 빌미로 분열 도모하지 말라 /곽붕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학개미’ 2030의 절박한 초상 /안세희
과거사법 마지막까지 관심을 /김해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단절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수도권 일극체제와 관문공항 /송진영
전성기의 부산시장을 갖고싶다 /정유선
도청도설 [전체보기]
스웨덴의 자율 방역
여성 국회부의장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갱(羹)도 아니고 죽(粥)도 아닌 ‘갱죽’
사설 [전체보기]
부울경 민관학 광역연합체, 구체적 성과가 관건이다
성추행 사건 공증 법무법인 오 전 시장 변호 적절한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여야 모두에 경고장 보낸 부산 민심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거리두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소치 허련이 그린 도깨비 그림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